이탈리아 헌법은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할 경우 ‘대통령령 선포 45일 이후, 70일 이내’에 총선을 실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13대 의회는 정정(政情) 불안이 계속돼온 이탈리아에서 5년 임기를 모두 채운 드문 경우에 속한다. 1960년대 이후 의회가 임기를 다 채운 뒤 해산된 사례는 13대 의회까지 단 두 번에 불과하다.
고질적인 군소정당 난립과 집권을 위한 합종연횡, 빈번한 집권세력 교체는 이탈리아 정치의 대명사나 마찬가지였다. 정권이 회전문 돌아가듯 휙휙 바뀐다고 ‘회전문 정부’라는 비아냥까지 들었었다.
‘언제까지 이런 정정 불안이 계속돼야 하느냐’는 물음은 1996년 4월 21일 실시된 12대 총선의 가장 큰 화두였다. 정치 안정을 기대한 이탈리아 국민은 공산당의 후신인 사민당이 주도한 중도좌파연합에 과반수 의석을 몰아주었다. 중도좌파는 하원 630석 중 329석, 상원 315석 중 167석을 차지해 사상 처음 집권에 성공했다.
중도좌파 연립정부는 지난 5년간 로마노 프로디, 마시모 달레마, 줄리아노 아마토 등 3명의 총리를 배출하며 임기를 무사히 마쳐 국민의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정부가 의회 최대의 단일당인 사민당에 휘둘리는 바람에 약체 정권의 신세는 벗어나지 못했다.
5월 총선에서의 재집권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프란체스코 루텔리 전 로마 시장(46)을 총리 후보로 내세운 중도좌파 연합은 42.5%의 지지율을 얻었다.
반면 3개의 TV 방송국을 갖고 있는 이탈리아 최대 재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64·94년 8개월간 총리 역임)가 이끄는 중도우파 연합은 47%의 지지율을 얻어 중도좌파 연합을 앞섰다.
그러나 아직도 10% 가량의 부동표가 남아 있는 데다 중도우파 연합이 최근 조사에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어 예측을 어렵게 한다.
헌법에 따라 14대 의회는 총선 20일 내에 새 정부를 구성해야 하는데 중도좌파와 중도우파 어느 쪽도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이탈리아는 또다시 정정 불안의 늪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