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대북인식차▼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측은 대북정책 추진과정에서의 주도적 역할을 인정받았으나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 미국측의 대북 불신감을 해소해야 한다는 부담을 동시에 안게 됐다.
특히 핵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와 재래식 군사력 위협 등 군사안보분야에 대한 북측의 가시적 조치와 검증 없이는 북―미관계 개선이 어렵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김대중대통령은 포괄적 상호주의와 역할분담론을 제시했다. 포괄적 상호주의는 신축적 상호주의에 검증 요소를 추가하고, 핵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는 과거처럼 미국이 맡되 재래식 무기는 한반도 자체 위협인 만큼 한국에 맡겨 달라는 것이다.
한미정상회담 전후 대북정책 비교 | ||
방미전 기대 | 항목 | 정상회담과 방미후 |
지지 표명 | 대북포용정책 | 큰 틀에서 지지 표명 |
공조 확인 | 한미 공조 | 공조원칙 확인, 대북정책 역할 분담(핵 미사일은 미국, 재래식무기 등은 한국) |
신축적 상호주의 | 상호주의 | 포괄적 상호주의(신축적 상호주의 기조유지하되 검증추가) |
해소 기대 | 대북 인식차 | 북한 정권에 대한 회의 표명 |
김위원장 답방시 논의 | 평화선언 | 4자회담서 논의, 김위원장 답방시 기본합의서의 불가침조항 활용해 긴장완화 논의 |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큰 틀을 마련한 만큼 조만간 한미 고위실무회의를 열어 세부분야 검토에 들어갈 방침이다.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측의 세부그림이 그려지기 전에 한국 입장과 정책을 보다 확실히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의 결과로 미국측은 물론 북측에 대한 적극적인 설득작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金聖翰)교수는 “여러 대화채널을 통해 북측이 실질적인 변화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미국측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국대 정용석(鄭鎔碩)교수는 “부시대통령의 메시지는 교류협력과 긴장완화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향후 대북정책 추진과정에서 이를 참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평화체제 난항예고▼
김대중대통령이 “평화협정은 4자회담에서 논의할 문제”라고 언급한 대목은 향후 남북간 평화체제 논의가 난항에 부닥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물론 이는 4자회담의 기본 원칙을 재강조한 것이지만 앞으로 평화협정 체결과정에서의 남북의 주도적 역할을 크게 제한할 것으로 우려된다.
그동안에도 4자회담이 겉돌았던 이유는 남북이 주도적으로 평화협정 체결문제를 논의하고 이를 미국과 중국이 보장하는 ‘2+2방식’을 전제로 해 왔기 때문이다. 남북간 논의가 평화협정의 출발점이지만 북한은 남한을 당사자로 인정하지 않고, 미국과의 대화에만 관심을 기울여 왔기 때문에 4자회담이 진전되지 않았던 것.
이 때문에 김대통령의 언급은 그동안 북한이 일관되게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간접적으로 강화시켜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2차 남북 정상회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정세현(丁世鉉)전 통일부차관은 “남북간에 평화문제에 대한 접점이 없는 상황에서 4자회담은 만나봐야 겉돌기만 한다”며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기반을 만들어야 국제적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리가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2차 정상회담에서 상호불가침 등 남북간 신뢰구축과 긴장완화의 틀을 만들어 낼 경우 평화협정 논의를 위한 4자회담이 열리더라도 남북한이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NMD 입장' 혼선▼
김대중대통령은 미국이 추진중인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에 대해 “한국이 러시아편을 든 것이 아니며, 한―러공동성명에 탄도탄요격미사일(ABM)조약 관련 문구는 안 들어가는 게 좋았다”고 적극 해명했다.
그러나 정부가 ABM과 관련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 문구’를 사용하고도 미측의 분위기에 말려들어 대통령이 이를 번복하는 등 의연하지 못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새로운 외교적 부담을 낳았다는 지적이다.
정부 일각에서도 “미국의 도움 없이 한반도의 평화를 이룩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이해하면서도 “김대통령의 해명이 다른 이해당사자인 중국 러시아 등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부담으로 떠오르게 됐다”고 우려했다.
한 관계자는 “러시아측에서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강력하게 이의 제기를 해올 경우 우리의 외교적 입지는 대단히 좁아진다”며 “NMD 문제 때문에 앞으로 4강 외교가 큰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영관(尹永寬)서울대 교수는 “정부는 NMD 같은 민감한 문제에 대해 그 파장 등을 사전에 충분히 예상하고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던 자체 실수를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 미사일문제가 해결되면 NMD문제도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너무 순진한 것”이라며 “NMD는 부시행정부의 ‘정치적 의지’가 반영된 것인 만큼 그에 맞는 대응 방안과 논리를 개발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