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무기판매…美-中 갈등고조

  • 입력 2001년 3월 15일 18시 43분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판매 문제로 중국과 미국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중국은 14일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데니스 블레어 미 태평양사령관(해군중장)에게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는 대만과 중국간 갈등을 고조시킬 것”이라며 무기 판매를 즉각 중단하도록 촉구했다.

주방짜오(朱邦造)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대만에 첨단 무기를 판매한다면 이는 중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중국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4월 위싱턴에서 열리는 ‘미―대만 군수회의’ 때문. 대만은 최근 첨단장비를 갖춘 미국제 M109A형 자주포 300문을 구입하기로 계약한 데 이어 이지스 구축함 4척, 아파치 헬기 24대, 디젤엔진추진식 잠수함 8척 등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첨단무기도 살 뜻을 미국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지스함은 인공위성과 연결된 강력한 레이더를 통해 미사일과 잠수함, 함선 등을 포함한 100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추적해 파괴할 수 있는 첨단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중국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중국은 또 대만의 미국산 첨단무기 구입을 ‘독립’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무기의 운용과 유지 등을 위해 미국과 대만이 사실상 준군사동맹국이 될 것도 우려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 출범 후 중국과 미국은 사사건건 부닥쳐왔다. 2월 미국은 인권보고서를 발표해 중국을 자극했다. 최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대만을 ‘중국 대만’이란 호칭 대신에 ‘중화민국’으로 불러 중국의 ‘금기’를 건드렸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이 늦어지고 있는 것도 미국의 견제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이 대만에 무기판매를 강행할 경우 중미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는 게 베이징내 외교소식통들의 분석이다. 중국은 대만독립을 막기 위해 대만해협에 단거리 미사일을 증강배치하고 30만 병력의 신속배치군을 편성하는 등 군사력을 집중시켜왔다. 또 러시아로부터 신예 SU27 전투기를 대거 구입했으며 올해 2만t급 항공모함 건조에 착수해 2006년 실전에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올해 국방예산을 작년보다 18% 늘려 장비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대만의 독립저지를 위해 군사적 압박을 높여온 만큼 만일 미국이 대만에 무기판매를 강행할 경우 중국이 화근을 없애기 위해 ‘대만 진공’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다는 게 베이징내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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