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지난 20여년 동안 '미녀와 야수' 신드롬에 빠져"

  • 입력 2001년 3월 21일 18시 27분


“1970년대의 미국인들이 ‘신데렐라’의 이야기에 몰입해 있었다면, 지난 20여년 동안 미국인들은 ‘미녀와 야수’의 강박관념에 빠져 있었다.”

미국 샌디에고 주립대 제리 그리스월드 교수는 23일 오전 10시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리는 ‘미국의 대중문화와 세계화’ 주제의 국제학술회의(서울대 미국학연구소, ‘문학과 영상학회’ 공동주최)에서 발표하는 논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리스월드 교수는 논문 ‘미국의 미녀와 야수’에서 최근 미국에서 쏟아져 나온 수많은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을 분석, 이 가운데 많은 작품들이 ‘미녀와 야수’의 변형이라고 주장한다. 빅토리아 시대의 추악한 기형인간을 그린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 ‘엘러펀트 맨’, 기형적인 얼굴을 가진 슈퍼맨의 사랑을 그린 ‘마스크’, 늑대인간 잭 니컬슨이 으르렁거리는 ‘울프’, 톰 크루즈가 흡혈귀로 나오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등 수많은 작품들이 모두 이 ‘미녀와 야수’의 모티프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인들이 ‘미녀와 야수’에 관련된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은 초문명사회에서 ‘사라진 야성’에 대한 동경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본래 ‘미녀와 야수’의 이야기는 야수가 인간으로 변하는 ‘진화적’인 줄거리를 갖고 있는 반면, 현대판 ‘미녀와 야수’ 이야기는 인간이 야수로 변해 가는 ‘퇴행적’ 이야기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울프’에서 출판사의 예의바른 편집인으로 나오는 잭 니컬슨은 늑대에게 물린 뒤 늑대인간이 되어 역시 늑대여인이 된 미셸 파이퍼와 함께 숲 속으로 달아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이밖에도 ‘델마와 루이스’ ‘아메리칸 뷰티’ 등 미국인들이 좋아했던 많은 영화들이 문명사회에서 사라진 야성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학술회의에서는 이밖에도 한양대 아태대학원 데니스 플로릭 교수의 ‘인터넷 상의 영화비평’, 일본 도쿄대 사토 요시아키(佐藤良明) 교수의 ‘미국의 대중음악과 일본의 엔가’, 미국학연구소 박은정 연구원의 ‘욕망의 소비와 미국의 대중문화’ 등의 논문들이 발표된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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