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구제역 계속 확산 52만마리 도축

  • 입력 2001년 3월 26일 18시 44분


가축에 들이닥친 21세기의 역병, 구제역이 들불처럼 유럽 일대에 번지고 있다. 갖가지 대책이 마련되고 있지만 잠잠해지기는커녕 갈수록 확산되는 양상이다.

구제역 발원지인 영국은 26일 현재 발생 건수가 600건이 넘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영국 정부는 군인을 동원해 구제역이 심각한 잉글랜드 북서부 컴브리아주 칼라일의 비행장터에 대규모 가축 사체 폐기장을 만들고 26일 이후 도축한 가축을 묻고 있다.

정부는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됐거나 감염 의혹이 있는 가축 수가 20만마리에 달하자 25일부터 26일 오전까지 칼라일 비행장터에 대규모 폐기장(가로 90m, 세로 5m, 깊이 4m)을 만들었다. 또 24일부터 구제역 발생 지점 반경 3㎞이내의 모든 가축을 구제역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도축하고 있다. 이 조치로 모두 52만5000여마리의 가축이 도축될 전망이다.영국 당국은 구제역 전염을 촉진할 것을 우려해 식당에서 남은 음식물로 만들어진 사료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러시아 농업부는 성명을 통해 26일부터 유럽산 쇠고기와 돼지고기 등 모든 육류의 수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농업부는 “유럽연합(EU) 외에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으로부터의 육류 수입도 금지된다”면서 “이번 조치는 21일간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대륙에서는 처음으로 13일 북서부 마옌 지방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던 프랑스에서는 열흘만인 23일 파리 동쪽 센 에 마른 지방의 한 농장에서 소가 구제역에 걸린 것으로 확인되자 충격에 휩싸였다.네덜란드 정부도 25일 5번째 구제역 발생을 확인했으나 구제역 감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앞서 네덜란드 정부가 “가축의 이동은 물론 유제품의 신규 공급을 24일부터 중단하겠다”고 발표하자 사재기 현상이 일어났다.22일 구제역이 처음 발생했다고 발표한 아일랜드의 조 월시 농업장관은 25일 “구제역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가축 도축의 범위를 북아일랜드와의 국경 부근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한편 EU는 26일 브뤼셀에서 수의위원회를 열고 현단계에서는 구제역예방을 위한 전면적인 접종은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수의위는 구제역이 유럽 전반에 확산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이같이 결정했으며 가축의 이동과 제한 조치는 유지하기로 했다.

〈박제균기자·외신종합 연합〉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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