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후협약' 탈퇴선언 "국익에 도움 안된다"

  • 입력 2001년 3월 29일 18시 31분


미국이 지구촌 환경 악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세계 각국이 서명한 ‘기후변화 협약에 대한 교토의정서’(1997년)에서 탈퇴하고 새 협약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28일 “세계의 많은 국가가 온실가스 의무 감축에서 배제된 기후협약이 미국의 국익을 위한 것이 아닐뿐더러 성과를 가져올 수 없다”면서 “교토의정서를 실천하지 않을 것이며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방침은 올해까지 55개국 이상에서 비준을 마쳐 늦어도 내년 초 협약을 발효시키려던 기후협약 186개 회원국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5%를 차지하는 미국이 동참하지 않을 경우 협약 자체가 무의미해질 뿐만 아니라 사실상 폐기처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EU)과 일본 등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마르곳 월스트롬 EU 환경담당 집행위원은 “부시 대통령의 결정에 크게 실망했다”면서 “미국이 7월 독일 본에서 열리는 기후협약 회의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29일 워싱턴에서 부시 대통령과 만날 예정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도 강력한 항의를 표시할 것이라고 독일 관리들은 전했다.

한편 미 워싱턴포스트지는 29일 부시 대통령이 미국 경제에 피해가 덜 가는 내용의 새로운 기후협약을 올해 안에 제안할 것이라면서 이미 담당 부처에서 작업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백악관이 최근 국무부에 교토의정서에 대한 서명을 합법적으로 철회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해 문의했다고 전했다.

교토의정서에 따르면 미국은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7%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미국 경제계는 교토의정서를 이행하려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신기술과 대체에너지 개발에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데다 경쟁력까지 약화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상원은 멕시코 한국 등 개도국에 대해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면제한 것도 불공평하다며 비준을 거부하고 있다. 186개 회원국 가운데 온실가스를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하는 국가는 38개국이다.

미국은 또 EU와의 협상에서 녹지면적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 허용량을 확대하고 국가간의 ‘배출권 거래’를 무제한으로 허용하자고 주장했으나 EU는 배출권 거래를 일정선으로 제한하고 녹지면적 대비 이산화탄소 방출량 허용 문제도 협상이 필요하다고 맞서왔다.

▼기후협약이란▼

기후변화협약(Climatic Change Convention)은 92년 6월 리우 환경회의에서 지구 온난화에 따른 재앙을 막기 위해 채택된 협약. 석유 석탄 같은 화석연료 사용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생기는 온실효과로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나가자는 것이 핵심이다. 이 협약은 186개국이 가입해 94년 발효됐다.

국가별로 감축 목표를 제시한 교토의정서는 97년 12월에 채택됐다. 이에 따르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55%를 차지하는 38개 선진국은 2008∼2012년까지 90년 대비 온실가스 방출량을 평균 5.2% 감축해야 한다. 유럽연합(EU) 15개 회원국은 8%, 미국은 7%, 일본은 6%를 각각 줄여야 한다. 한국은 멕시코 등 개도국과 함께 이 같은 배출량 감축 의무를 면제받았다.

교토의정서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가입국 중 최소 55개국이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하는데 현재 비준국은 33개국이며 한국과 멕시코 등 개도국이 대부분이다. 선진국은 거의 비준을 하지 않고 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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