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5월초 시리아 종교화해 순례나서

  • 입력 2001년 3월 30일 18시 43분


‘갈등과 반목을 넘어 대화와 화해의 길로….’

1000년 넘게 반목해온 두 종교 사이에 화해의 기운이 싹트고 있다.

로마 가톨릭교회 교황청에 따르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5월 초 시리아를 방문해 다마스쿠스의 우마야드 사원에서 가톨릭교도와 이슬람교도가 참석한 가운데 합동예배를 가질 예정이다.

가톨릭 교회 최고 지도자가 이슬람 사원에서 미사를 올리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종교간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기도할 예정이라고 교황청은 밝혔다.

이번 방문의 공식 목적은 성지 순례지만 교황은 이슬람교와의 대화와 화해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마야드 사원은 세례자 요한의 유해가 안치돼 있던 교회 자리에 이슬람교도가 8세기에 세운 사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 모스크로 알려졌다. 이슬람교에서도 세례자 요한을 숭상하는 까닭에 교회 건물은 사라졌지만 세례자 요한의 유해는 그대로 보존되고 있어 여전히 기독교 성지로 남아 있다.

교황은 이곳에서 가톨릭교도의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며 이슬람교도의 예배는 시리아의 최고 종교지도자(이맘)인 셰이크 아흐메드 카타로가 이끌게 된다.

교황은 또 시리아 방문을 전후해 로마 가톨릭 교황으로는 처음 그리스를 방문해 1054년 이후 갈라진 로마 가톨릭과 동방정교회간 화해를 시도할 예정이다. 로마 교황청과 사이가 나빴던 그리스 정교회 지도자들은 교황의 그리스 방문을 받아들이기로 이달 초 결정한 바 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줄곧 종교간 화해를 시도해왔다.

86년에는 유대교 교회를 방문했으며 99년에는 루마니아의 동방정교회 기도회에 참석했다.

지난해 초에는 중동지역 순례에 나서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유대교 성지인 ‘통곡의 벽’을 방문해 오랜 세월 유대인이 받아온 고통을 위로하는 기도를 올렸다. 또 인근의 이슬람 성지 ‘알 아크사’ 사원에도 들러 이슬람 성직자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이집트 방문시에는 초기기독교의 모습을 간직한 채 스스로 정통교회를 주장해온 콥트교회를 방문하기도 했다.

또 가톨릭 교회가 과거 역사상 종교의 이름으로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면서 이슬람교도와 유대교도에게 용서를 구하는 과감한 화해 노력을 펼쳐왔다.

81세의 고령에다 파킨슨병으로 거동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예수가 가르친 사랑과 관용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애써온 교황의 노력이 어떤 결실을 볼지 주목된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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