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군용기 충돌]사고순간 상황 재구성

  • 입력 2001년 4월 2일 18시 40분


1일 남중국해 상공에서 미국 해군의 EP3 정찰기와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F8 전투기 2대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였다. 미 해군 정찰기가 인민해방군 전투기 한 대와 충돌해 비상착륙을 하기까지 30여분간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순간들을 재구성해 본다.

이날 새벽 일본 오키나와(沖繩)의 가데나 기지에서 이륙한 EP3 정찰기가 오전 9시(현지시간)쯤 하이난(海南)섬 남동쪽 공해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 정찰기가 중국 영공을 향해 계속 접근하자 중국군은 F8 전투기 2대를 출격시켰다. 오전 9시7분(한국시간 10시7분) 하이난섬 남동쪽 104㎞ 해상에 도착한 중국 전투기들은 미 정찰기를 향해 “중국 영공을 벗어나지 않으면 격추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EP3 정찰기가 중국 전투기 쪽으로 갑자기 기수를 바꾸면서 정찰기 기체의 머리부분과 왼쪽 날개가 중국 전투기 2대 중 한 대를 들이받았다. 이 전투기는 연기를 내뿜으며 추락했고 조종사는 비상탈출했다.

역시 기체가 부서진 미 정찰기는 긴급구조 신호를 보낸 뒤 비상착륙을 위해 하이난섬을 향해 기수를 돌렸다. 정찰기는 20여분 뒤인 9시33분 하이난섬 공항에 도착해 중국측의 허가없이 비상착륙했다. 24명의 승무원은 무사했다. 이상은 중국측의 주장.

그러나 미 해군 태평양사령부의 설명은 다소 차이가 있다. 우선 충돌 시간이 오전 9시15분이며 사고해역도 하이난섬 남동쪽 112㎞ 상공으로 중국 영공에서 19㎞ 벗어난 공해상이라는 것. 중국은 이 곳을 영해라고 주장하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군측은 정찰기가 중국 전투기를 먼저 받았다는 주장도 반박한다. 태평양사령부측은 “군용기들이 서로를 향해 날아가다 우연히 부딪친 것 같았다”며 ‘사고’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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