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기 극비 작전]"中 공격 대비 1급기밀 수집"

  • 입력 2001년 4월 3일 17시 21분


미 정찰기 EP3의 승무원들은 1일 하이난(海南)섬 링수이(陵水) 기지에 불시착한 뒤 중국군이 기내에 진입하기 전부터 각종 첨단 장비와 기밀 자료들을 파괴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 정찰기는 어떤 비밀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을까.

대만의 중국시보(中國時報)는 대만군 정보관리의 말을 인용, “EP3기는 중국 전투기와 충돌하기 직전 중국 해군의 최첨단 전투함인 러시아제 소브르메니급 구축함 상공에서 시속 250㎞의 저속도로 1시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원을 그리며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EP3의 행적을 감시하고 조종실 대화를 감청한 이 관리는 “소브르메니급 구축함은 중국이 지난해 러시아에서 구입한 최신예 전투함으로 미 항공모함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였기 때문에 EP3가 자주 정찰해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 UPI통신은 2일 미 국방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 “EP3는 사고 당일 미 국가안보국(NSA)이 육 해 공군과 공조해 벌인 작전의 일환으로 비행중이었으며 주임무는 중국 해군을 감시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정찰기는 중국 해군 보유 선박의 종류와 숫자, 작전 패턴, 병참 조직, 방공망 등 일급기밀을 수집하고 있었으며 특히 대만 해협을 겨냥하는 탄도미사일에 관한 정보 수집에 주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유사시에 미군이 중국측의 공중방어망을 뚫고 목표물을 손쉽게 공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

CNN방송은 정찰기가 마지막 교신에서 “승무원들이 민감한 기술 장치와 첩보 자료들을 파괴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파괴 임무가 완료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한 전역 장교는 “승무원들은 비상시 망치나 소형 도끼, 서류 파쇄기, 최악의 경우 특수 제작된 수류탄을 이용해 최첨단 탑재 장비와 기밀 서류들을 파괴하도록 특수 훈련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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