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해결〓미 중 양국은 사건의 장기화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외교적 절충을 통해 일단 미 정찰기 승무원들을 며칠 안에 송환하고 기타 논란이 있는 문제는 뒤로 미룰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양국 정부에 정통한 한 소식통이 10일 “중국 하이난(海南)섬에 파견된 미 외교관들이 승무원의 석방에 대비해 이들을 철수시키기 위한 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밝힌 것은 이 같은 시나리오를 뒷받침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이 이미 밝힌 ‘유감(regret)’이나 ‘미안(sorry)’이란 표현 대신 양국은 서로의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명분을 세울 수 있도록 영어로는 직접적인 사과가 안되면서 중국어로는 사과로 번역될 수 있는 절묘한 다른 표현을 찾아내야 한다.
미국은 비공식적으로 특사 등을 통해 중국측에 사과 의사를 전달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중국은 승무원을 먼저 송환한 뒤 정찰기 반환 문제는 대미관계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장기화〓중국 내의 반미(反美) 여론이 워낙 거세기 때문에 미국이 중국의 사과요구 등을 수용해 중국측을 충분히 납득시키기 전에는 사건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 뉴욕타임스지는 10일 실종된 중국 전투기 조종사에 대한 수색작업이 끝나기 전에는 승무원 송환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고 또 중국 조종사의 시신이 발견될 경우 조문 기간이 끝날 때까지 송환이 지연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사건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은 주중대사 소환, 대중(對中) 경제제재, 대만에 대한 첨단무기 판매, 중국과의 군사교류 중단, 중국의 2008년 올림픽 개최 반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10월 중국방문 취소 등 다양한 압박수단을 동원하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이 대미 비난을 강화하며 더욱 강경하게 맞대응할 경우 자존심 싸움이 격화되면서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절충론〓중국 군부의 불만과 국내 여론이 어느 정도 가라앉을 때까지 시간이 좀더 필요하다는 것으로 미국은 중국에 대해 강온 전술을 번갈아 구사하며 외교적 절충을 계속 시도하고 중국도 적정선에서의 타협을 모색한다는 시나리오다.
결국 몇 주 정도의 시간이 더 지나 양국에서 강경파의 주장이 수그러들고 현실론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게 되면 전략적 타협이 가능해질 것이다. 중국은 일정 기간 대미 비난을 통해 국내여론을 달랜 뒤 승무원들을 송환하고 미국은 나름대로의 원칙을 고수해 사과 없이 승무원들을 돌려받았다는 실리를 강조하게 될 것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