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외상 "심려 끼쳤다"…한승수장관에 친서 보내

  • 입력 2001년 4월 16일 18시 52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일본 외상은 16일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와 관련해 한승수(韓昇洙)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친서를 보내 “한국내의 강경한 분위기를 충분히 알고 있으며 (한 장관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것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고노 외상은 이날 방한한 일본 공명당 엔도 오도히코(遠藤乙彦) 국제위원장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친서를 전달하고 “과거를 직시하면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구축을 위해 한국 국민과 손잡고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역사교과서 검정 결과가 발표된 3일 이후 이번 사태에 대한 공식적인 반응을 한국측에 전달한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일본도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기본자세를 표명한 것 뿐”이라며 “친서 내용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일본의 방침이 변했다고 판단할 아무런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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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정부는 한 장관 명의로 ‘일본교과서 왜곡 문제가 한일관계의 근본을 흔들 수 있다는 우리 정부의 강한 우려 및 유감과 함께 교과서 재수정을 촉구하는’ 답신을 이번 주 중 귀임할 예정인 최상룡(崔相龍) 주일대사를 통해 고노 외상에게 전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일본 교과서에 대한 정밀검토 결과를 23일경 발표하고 26일 출범하는 일본의 새 내각에 공식 외교문서를 통해 재수정을 요구할 방침이다.

정부는 검토 결과에 대한 객관성 확보와 한일 역사학자간 인식 공유를 위해 조만간 양국의 역사학자가 참여하는 ‘한일 역사가 회의’를 열고 왜곡 내용에 대한 양국 전문가들간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 장관은 이날 엔도 위원장 일행에게 “교과서 문제는 98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방일 이후 구축된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을 촉구했다.

엔도 위원장은 이에 대해 “올바른 역사인식 없이는 올바른 미래 진전이 없다”며 “역사적으로 한국이 한자 불교 유교 등을 전파한 일본의 ‘은인’임을 잊어서는 안되며 이를 후세에 계몽시킬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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