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버드대에서 역사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종수(李宗樹·33)씨는 백범일지를 영어로 번역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외교관이었던 부친(이기주·李棋周 전 외무부 차관)을 따라 중학교 때부터 줄곧 외국에서 공부한 이씨는 한국사를 연구하는 외국 역사학자들이 일본이나 중국 자료를 뒤적이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96년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아시아 냉전사를 연구하던 그는 백범 선생을 통해 독립운동가의 일대기뿐만 아니라 한국의 역사를 알릴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백범일지 영문 번역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해 11월 출간된 번역판은 미국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한국 전문가로 통하는 로버트 스칼라피노 전 버클리대 교수를 비롯해 카터 에커트 하버드대 교수, 채머스 존슨 일본정책연구소 소장 등은 “한국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라며 이씨를 격려했다. 올가을 학기부터는 하버드대 역사학과 ‘한국현대사’ 강좌에서 필독서로 선정됐다.50년대 한국분단 과정에 관한 박사학위 논문을 1년 남겨두고 있는 이씨는 “백범일지 영문판 출간을 계기로 미국에서 한국 역사를 바로 알리는 작업이 본격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