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군사교류 중단" 美 '국방부 메모' 해프닝

  • 입력 2001년 5월 3일 18시 26분


미국 국방부가 2일 ‘중국과 모든 군사 관계를 중단키로 했다’는 내부 메모가 언론에 공개되자 이를 즉각 부인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미중 군용기 충돌 사건 이후 형성된 양국간 긴장 기류가 한층 강해지고 있다.

대중 군사관계 중단명령을 담은 문제의 4월30일자 메모는 도널드 럼스펠드 장관의 수석 정책보좌관인 크리스 윌리엄스가 서명한 것이라고 국방부 관리들은 말했다.

메모는 “향후 특별한 지시가 있을 때까지 국방장관이 중국과의 국방부 프로그램, 접촉, 활동을 모두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고 돼 있다. 중단되는 대중 군사접촉에는 군함 정박, 군 인사 교류, 군수물자 발주와 수주 등이 포함돼 있다. 이 메모는 합참의장을 비롯해 육해공 총사령관과 국방관련 기관 대표 등에게 이미 전달됐다.

또한 문제의 메모 작성 하루 뒤인 1일에는 국방부가 육군 50만명에게 보급하기 위해 중국에 발주한 베레모 공급 계약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메모에 대한 뉴스가 2일 CNN 등 주요언론에 보도된 뒤 2시간만에 국방부 대변인은 황급히 기자회견을 갖고 장관의 지시가 와전됐다고 바로 정정했다. 크레이그 퀴글리 국방부 대변인은 “보좌관이 럼스펠드 장관의 의도를 오해한데서 빚어진 사태”라고 해명했다.

퀴글리 대변인은 “장관이 향후 미국과 중국간의 군사접촉 여부를 재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를 전면 중단하겠다는 것은 잘못 전해진 것이며 군사협력 및 교류를 계속할 것인지는 사안별로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그러나 중국과의 군사접촉에 대한 재검토 명령이 내려진 이유 및 시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이번 조치가 현재 중국 하이난(海南)섬에 억류중인 미국 정찰기의 반환과 관련된 중국측의 협상 자세와 연관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문제의 메모는 록히드마틴 등으로 구성된 미국 민간 조사팀이 정찰기 내부에 처음으로 들어가 약 4시간 동안 파손 상황을 조사하고 나온 직후 작성된 것이어서 대중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미국측의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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