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찬반논쟁…美 지구차원 방어체제 필요

  • 입력 2001년 5월 3일 19시 42분


▼찬성론:베이커 스프링(미사일 방어체제 전문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미사일방어(MD)체제 추진을 천명한 것은 미국이 처한 전략적 환경이 냉전시대와는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 그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대해 비판론자들은 ‘시스템이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다’거나 ‘불량 국가들의 위협이 실제보다 과장됐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오랜 반대로 미국은 현재 미 본토로 발사되는 탄도미사일을 단 한발도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미국의 우방과 해외주둔 미군도 제한된 범위에서만 방어할 수 있을 뿐이다.

이 같은 취약점은 냉전시대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미국과 구 소련은 핵 선제공격이 자살행위라고 생각하기에 충분한 핵무기를 서로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구 소련의 핵 위협은 사라졌다. 당면한 위협은 북한 이란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등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자국만을 방어하려는 게 아니라 지구적 차원에서 미사일 방어를 구상하고 있다. 따라서 새 미사일방어체제는 지구미사일방어(GMD)로 불리는 게 옳다.

올 초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유럽을 방문했을 때 그곳의 우방들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 계획을 경청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일본은 몇 년 전부터 미사일방어체제에 긴밀히 협조해 왔기 때문에 사실상 이미 동참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참여 문제는 한국 정부가 결정할 문제다. 그러나 한국인과 주한미군 등은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뭔가 보호막을 필요로 한다. 단기간은 미사일방어체제가 100% 완벽한 보호막이 되진 않겠지만 기술이 발달하면 방어 보장도 그만큼 증가할 것이다.

지상 해상 공중에 각각 기반을 둔 미사일방어시스템 가운데 가장 선호되는 것은 해상 요격 시스템이다. 이는 기존의 이지스 레이더를 갖춘 구축함을 개량하면 되기 때문에 지상 발사 시스템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고 가장 단기간 내에 완성할 수 있다. 북한 미사일에 대처하기에도 적절하다.

부시 대통령이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 파기 방침을 밝힌 것은 정당하다. 러시아는 구 소련의 계승국이 아니며 ABM 협정은 협정 조인국인 구 소련의 붕괴와 함께 효력을 상실했다.

부시 대통령이 전략 핵무기 감축 등 미군의 구조재편 방침을 천명한 것은 중요하다. 단순히 숫자를 줄이는 게 아니라 공격용과 방어용 무기의 구성 등에 변화가 예상된다. 앞으론 방어용 무기가 공격용 무기보다 역할이 커질 수도 있다.

<정리〓한기흥워싱턴특파원>eligius@donga.com

▼반대론:이반 사프란추크(러시아 정치연구센터 팀장)▼

미국이 현실성 없는 위협을 구실로 미사일방어(MD)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은 군비경쟁을 촉발시키고 현재의 힘의 균형을 깰 뿐이다. 러시아가 미국의 MD 구축에 반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이를 계기로 앞으로 세계 안보 문제가 미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미국이 MD 구축을 강행하려는 이유는 북한 등 ‘불량국가’의 위협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는 잠재적인 ‘핵(核) 라이벌’, 특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MD 구축으로 군비경쟁이 일어나더라도 결국 승리해 전략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현재의 경제 여건이나 기술력으로 볼 때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을 앞서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이 MD 구축을 위해 1972년 구 소련과 맺은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을 폐기하겠다고 시사한 것도 형식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협정의 기본 취지는 군비경쟁을 막자는 것이며 이는 현재도 필요하다. 러시아도 개정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합의에 의해서 고치자는 것이다. 러시아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이번 발표를 최종 결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여전히 러시아와의 합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정리〓김기현모스크바특파원>kimkihy@donga.com

▼반대론:판지서(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연구원)▼

미국의 미사일방어(MD) 구상은 군사적 균형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내포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쟁을 억지해온 것은 다자간의 군사적 균형이었다. 특히 소수의 국가들이 대량 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대규모 전쟁의 발발을 막았다. 전쟁이 일어나면 대량 살상무기로 인해 서로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전쟁 억지력을 가졌던 것이다.

그러나 MD 체제가 구축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를 갖춘 나라는 적국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하지만 이를 구축하지 않은 나라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상대방으로부터 언제든 공격은 받을 수 있되 반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MD 구상은 미국 한 나라의 안전만 보장할 뿐만 다른 나라의 불안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극히 이기적인 발상이다.더욱이 이를 개발하는 데는 첨단기술과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된다. 초경제대국이 아니고서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MD가 패권주의에 기반한 발상이라는 것은 이 때문이다. MD는 필연적으로 강대국간의 군비경쟁을 재연시킬 수밖에 없다. 미국이라는 ‘ 황제’ 아래 ‘번국(藩國)’으로 만족할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MD 추진은 발전과 안정이라는 세계적 대세에 역행하는 것이다.

<정리〓이종환베이징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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