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쿠네이트라 방문]'중동평화 염원' 골란고원 퍼지다

  • 입력 2001년 5월 7일 18시 25분


로마가톨릭 교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7일 중동분쟁을 상징하는 시리아 골란고원을 방문해 화해와 평화를 간곡히 호소했다.

골란고원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군이 점령했던 시리아 영토. 일부 지역은 74년 시리아에 반환됐으며 현재 유엔 평화유지군이 관리하고 있다.

일반인 출입은 여전히 통제되고 있다. 골란고원내 쿠네이트라에서는 이스라엘군에 의해 쫓겨났던 주민 수천명이 잠시 고향을 찾아와 열렬히 교황을 환영했다.

교황은 이날 이스라엘군이 파괴했던 한 그리스정교 교회에서 평화를 간구하는 특별 기도회를 열고“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곳에서 성지의 평화를 위해 기도한다”면서 “중동지역 사람들이 분열과 적대의 벽을 허물고 정의롭고 단합된 세상을 함께 열어가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교황은 기도를 마친 뒤 성당 밖 올리브 나무에 성수를 뿌렸다. 이어 한 어린이의 볼을 어루만지며 축복을 내렸으며 이 지역에 주둔중인 유엔 평화유지군의 노고를 치하했다.

교황이 이곳을 찾은 것은 분쟁을 상징하는 곳이자 종교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 장소이기 때문. 사도 바오로(바울)는 예루살렘에 머물다가 다마스쿠스로 되돌아오던 길에 이 곳에 들른 것으로 전해진다.

교황은 이번 시리아의 다마스쿠스와 골란고원 방문을 통해 종교간, 민족간의 평화와 화해를 강력히 호소했다.

교황은 6일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우마야드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 연설을 통해 “위대한 종교 공동체인 기독교와 이슬람이 더 이상 갈등하지 않고 존경할 만한 대화 상대로 만드는 게 나의 열렬한 소망”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시리아 방문 첫날 ‘중동 지역에서의 영토 점령 종식’을 촉구한 바 있는 교황이 곧이어 골란고원을 찾은 데 대해 일부에서는 이스라엘을 자극해 중동지역 갈등 해소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 평가를 하기도 한다.

실제로 교황의 시리아 방문을 맞아 이스라엘과 시리아 사이에 가시 돋친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5일 교황 환영 연설에서 “이스라엘은 예수 그리스도를 배신한 것처럼, 또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선지자 마호메트를 죽이려 했던 것처럼 모든 종교의 원칙을 압살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를 터뜨렸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의 외교담당 보좌관인 아비 파즈네르는 “시리아 대통령의 반유대주의를 명백히 보여주는 야비한 언사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받았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이-아랍 갈등 간직한 '유령도시'▼

‘유령의 도시에 하느님의 은총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7일 방문한 골란고원의 쿠네이트라시(市)는 이스라엘과 아랍간의 갈등의 역사를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다.

시리아와 이스라엘의 국경에 위치한 쿠네이트라는 원래 시리아 영토였으나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이 골란고원을 점령하면서 이스라엘이 차지했다.

그러다가 74년 이스라엘이 골란고원의 일부를 시리아에 반환하면서 이 곳에 유엔군 부대가 주둔, 이스라엘과 시리아 군 사이의 완충지역으로 자리잡았다.

골란고원 지역은 척박한 주변 땅과 달리 물이 풍부해 석기시대부터 인류가 거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쿠네이트라 역시 포도 등 각종 과일과 밀 수확량이 많은 비옥한 농업지역이었으며 1967년 이스라엘이 점령하기 전까지만 해도 15만3000여명의 주민이 거주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이 지역에서 철수하기 전 다이너마이트 등을 동원해 도시를 철저히 파괴해 지금은 건물 잔해만이 나뒹구는 ‘유령의 도시’로 변했다.

폐허로 변한 도시의 처참한 모습이 외부세계에 공개되면서 유엔 총회가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결의안(제 3740호)을 채택하는 등 이스라엘의 야만적인 파괴 행위가 세계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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