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블레어총리 "6월7일 총선 실시"…노동당 압승할듯

  • 입력 2001년 5월 9일 15시 56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6월7일 총선을 실시한다고 8일 공식 발표, 노동당 재집권의 기치를 들었다. 블레어 총리의 노동당은 97년5월 총선에서 당시 집권 보수당에게 전후 최악의 패배를 안긴데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압승을 거두며 재집권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같은 관측은 이미 각종 여론조사결과 드러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은 최근 조사 결과 노동당 53% 보수당 26%의 지지율을 보였다고 전했다. 시장중심조사연구소(MORI)는 노동당 47% 보수당 33%의 지지율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집권당과 제1야당의 지지율 격차는 전후 최대 수준이다. 특히 MORI는 97년 5월 총선에서 노동당이 43% 지지율로 전체 659선 가운데 418석을 차지한 점을 감안, 추산한 결과 6월 총선에서는 25석이 더 늘어난 443석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동당의 총선압승 예상은 최근 영국의 경제상황이 '반석 위에 올라섰다'고 평가받을 만큼 좋아졌기 때문이다. 보수당 집권시절이던 80년대 중반 '300만 실업자시대'의 암울함에 시달리던 영국은 올 2월 실업자수가 99만6200만명을 기록, 75년 이후 26년만에 처음으로 실업자수가 100만명선 아래로 떨어졌다.

75년 당시에는 물가상승률이 연 24.9%로 치솟고 이듬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치욕'까지 겪었지만 올해 물가상승률은 2%대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 3%대의 연간 경제성장률, 전후 최대의 재정흑자 등 눈부신 경제지표들이 노동당의 지지도를 높이고 있다.

블레어 총리 개인에 대한 영국민의 높은 신임도 이번 총선 압승을 예상케 하는 요인이다. 외국투자 유치 확대,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등을 통해 경제 재건에 성공했을 뿐더러 고비 때마다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결단'으로 신망을 높여왔다.

대부분의 각료들이 유럽대륙을 휩쓴 구제역 파동으로 집권당이 불리해질 것을 우려해 5월3일 조기 총선을 주장했지만 블레어 총리 혼자서 "구제역을 통제한 다음 농민들과 승리를 나누겠다"며 6월 총선을 고집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구제역은 4월중순을 고비로 발생빈도가 급감하고 있으며 노동당의 지지도에 거의 타격을 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에 비해 보수당은 윌리엄 헤이그 당수의 지도력 부재 등으로 아직 반격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보수당은 세금 감면 정책을 제시하고, 노동당이 추진하는 유로화(貨) 체제 가입에 반대하는 등 날을 세우며 쟁점 만들기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영국 언론은 이번 총선이 14일 하원 해산, 6월20일 새 하원 개회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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