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집 동맹’을 이끌었으며 차기 총리를 맡을 언론 재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진 이탈리아(FI)’ 당수는 14일 상·하원에서 각각 승리가 확실시되자 “차기 정권은 말은 적게, 행동은 많이 할 것”이라며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고성능 엔진과 같은 정부를 만들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지식인층 등은 “텔레친코 등 3대 민영방송을 가진 미디어계의 황제 ‘베를루스 카이저’가 이제는 국영방송도 장악하게 됐다”며 “건설 유통 등에까지 사업망을 뻗친 그의 재벌그룹 핀인베스트가 국정 방침과 이익 충돌을 벌일 우려도 있다”는 반응이다.
한편 스페인의 집권 우파 국민당과 오스트리아의 극우 지도자인 외르크 하이더 전 자유당수는 베를루스코니 당수에게 축하를 보낸다고 밝혔다. 하이더 전 당수는 “베를루스코니 당수가 94년 장악한 연정이 7개월만에 붕괴했을 때 나는 그의 재집권을 의심치 않았다”며 “이탈리아는 변화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랑스의 피에르 모스코비시 유럽 문제 담당 장관은 “이탈리아 총선 결과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며 “그러나 민주 선거의 결과이므로 이를 경계하면서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논평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이탈리아가 유럽 결속의 정신을 잃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의 주요국들이 ‘자유의 집 동맹’의 집권을 경계하면서도 지난해 오스트리아의 경우처럼 제재를 가하겠다고 나서지 않는 것은 두 가지 요인 때문으로 보인다. ‘자유의 집 동맹’의 극우 북부동맹이 96년 10% 지지를 얻었으나 이번 총선에서는 4% 지지도 얻지 못한 약세를 보였다. 또 이탈리아는 7월 제노바에서 열리는 G8 정상회담을 주관할 만큼 유럽내 입지가 오스트리아보다는 튼튼한 편이다.
그러나 스웨덴 일간 엑스프레센은 “인종차별주의자와 결탁한 편협한 세력이 권력을 잡는 추악한 상황이 유럽에서 다시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