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바오로2세는 다음달 23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예정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청은 지난해 이미 받아 놓은 상태. 요한 바오로2세는 78년 교황으로 선출된 뒤부터 러시아 방문을 희망해왔다. 하지만 정교회의 반대로 번번이 물거품으로 돌아갔으며 이번에도 러시아 정교회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러시아 정교회 수장인 알렉시이 2세 총주교는 13일 “정교와 가톨릭 사이에 놓인 걸림돌이 먼저 제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가톨릭이 구 소련지역에서 교세를 넓혀 가는 것을 두고 “서구의 선교사들이 러시아인의 영혼을 사들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는 정교회 신도들이 교황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에서는 정교회에 속해 있는 과거 가톨릭 교회의 반환문제를 둘러싸고 가톨릭과 정교회 사이의 갈등이 심각하다.
교황은 그동안 가톨릭이 정교에 대해 저지른 잘못을 사과하며 공을 들여왔다. 교황은 11세기 가톨릭과 정교가 분열된 뒤 처음으로 5일 정교국인 그리스를 방문해 13세기 십자군이 정교회의 중심지인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을 점령하고 약탈했던 사실을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교회는 “이 사과가 실제로 어떻게 실현되는지 지켜보겠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요한 바오로 2세는 ‘모든 종교의 반목과 갈등 해소’라는 신념 아래 ‘타종교 끌어안기’를 계속해 왔다. 시리아 등을 방문해 이슬람과 기독교 유대교의 화해를 호소했고 가톨릭이 개신교를 탄압한 것을 사과하기도 했다.
교황의 이런 행동은 국제사회의 지지와 공감을 얻고 있어 러시아 정교가 교황의 방문을 계속 반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가톨릭의 류보미르 구자르 대주교는 “러시아 정교회의 행동은 세계의 비난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