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독립영웅 지압장군 부인 당빅하여사

  • 입력 2001년 5월 18일 01시 02분


“최근 몇 년간 한국 기업들이 대거 진출하고 TV 등으로 한국 문화를 자주 접하면서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매우 친숙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베트남의 독립과 통일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보구엔 지압 장군(90)의 부인 당빅하(鄧碧河·75) 여사는 한국에서도 베트남에 대한 인식이 점차 좋아져서 기쁘다고 말했다.

현재 하노이대학의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한-베트남 사회인문과학연구원 주최로 19일 중앙대에서 열리는 제2회 한-베트남 국제학술대회에서 ‘베트남 여성 문제의 회고’라는 주제로 강연을 가진다.

99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을 방문한 당 여사는 17일 서울 도착 직후 청와대를 예방해 대통령 부인 이희호(李姬鎬) 여사와 만나 “베트남과 한국의 여성계 교류를 늘리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현재 1600여명의 박사가 연구활동을 펴고 있는 베트남 국립사회인문과학연구원 부원장이기도 한 당 여사는 “오랫동안 외세의 침략을 받아온 베트남은 주변 강대국 사이에서 중립적인 외교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베트남은 국경선 문제로 인해 중국과 껄끄러운 사이인데도 최근 미중 군용기 충돌 사건에서 중국측 주장을 지지했고 북한과의 역사적인 혈맹관계에도 불구하고 한국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며 “이는 베트남의 성숙한 외교노력”이라고 덧붙였다.

당 여사는 47년 프랑스를 상대로 독립전쟁을 벌이고 있던 베트남 게릴라부대의 지압 장군과 결혼했다. 당시 당 여사는 베트남에서 유명한 티롱대학의 설립자 딸로 21세의 대학생이었으며 2년 전 첫번째 부인을 프랑스군에게 잃은 지압 장군에게는 두 번째 결혼이었다.

당 여사는 프랑스와의 독립전쟁과 미국이 개입한 베트남전을 이끈 지압 장군을 내조했을 뿐만 아니라 54년 프랑스군과 격돌한 디엔비엔푸 전투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베트남 통일 후 공부를 계속해 역사학박사 학위를 받고 교편을 잡았다.

당 여사는 지압 장군의 근황에 대해 “디엔비엔푸 기념관 설립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면서 “사이공 해방 기념일, 호치민 생일 등 중요한 기념일에 공식 행사에 참가하는 것 외에는 조용히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그는 “베트남은 자본주의화된 도시와 아직 사회주의적 전통이 강하게 남은 지방 지역간에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7800만명의 인구와 석유 등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지난해 무역협정을 체결한 미국을 비롯해 서방 국가들의 투자가 계속 늘고 있다”고 전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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