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세례는 귀여운 테러?" 클린턴등 유명인사 잇단 수모

  • 입력 2001년 5월 18일 18시 46분


'아이쿠'
'아이쿠'
계란이 가끔 큰 뉴스를 만들어낸다. 식탁이 아니라 정치인 등 유명인사의 얼굴을 향해 날아갈 때이다. 파이와 밀가루도 계란 못지 않는 '공격무기'다. 사람을 다치게 하지는 않지만 우스꽝스런 장면을 연출, 신문 독자와 TV 시청자를 즐겁게 해주는 소재로는 그만이기 탓이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17일 '계란 테러'를 당했다. 세계화를 주제로 연설을 하기 위해 폴란드를 찾은 그는 바르샤바의 한 골동품 가게 앞에서 19세 청년한테 계란 공격을 받았다. 계란은 얼굴을 맞추지 못하고 팔에 맞았지만 청년은 경찰에 체포됐다. 이 청년은 클린턴이 지명도를 이용해 1회당 평균 10만달러(약1억3000만원)의 엄청난 강연료를 챙기며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는데 대한 불만 때문에 계란을 던진 것 같다고 AP 등 외신은 전했다.

총선을 앞둔 영국 정계에서는 '계란 공격'이 최대 화제다. 16일 웨일스를 방문한 존 프레스컷 부총리가 노동당 농업정책에 불만을 품은 29세 농민이 던진 계란에 맞자 주멱을 날리고 몸싸움까지 벌인 일이 계기가 됐다. 토니 블레어 총리는 17일 부총리의 성깔을 의식해 "과연 그다운 일"이라며 '본능적인 행동'을 한 부총리를 감쌌다. 글렌다 잭슨 하원의원도 "정치인은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지 계란 던지기 목표물로 봉사하라는 건 아니다"며 부총리 편을 들었다.

그러나 예산이 깎여 속이 상해 있던 경찰관들은 "경찰관이 계란을 던진 시민한테 주먹을 날렸다면 정직을 당했을 것"이라며 부총리를 비판했다. 또 야당인 보수당의 말콤 리프킨드 전 외상은 "정치인에게 계란을 던지는 것은 영국 정치의 오래고도 명예스러운 전통"이라면서 "폭력사태로 번진 것은 몹시 불행한 일"이라며 부총리의 경솔함을 나무랐다. 보수당측은 "선거철에 유권자를 패는 것은 우리 당의 정책이 아니다"며 노동당을 공격했다.

계란을 던진 사람보다 맞은 사람의 처신을 문제 삼는 것은 영국이나 미국 사회가 계란 공격을 대부분 '애교'로 보고 웃어 넘기기 때문. 그러나 한국 중국 일본 등 체면을 중시하는 동양권에서는 다르다. 99년 김포공항에서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에게 페인트를 넣은 달걀을 던진 사람은 구속됐다. 캐나다에서도 지난해 8월 장 크레티앙 총리의 얼굴을 피자 범벅으로 만들었던 연극배우 에반 브라운이 오랜 송사끝에 구류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공개석상에서 행해지는 파이 공격은 캐나다 퀘백주에서는 흔한 일이어서 영화배우 실베스터 스탤론, 캐나다 퀘백주 지사였던 자크 파리조, 몬트로올 시장 피에르 부르크 등이 파이를 얼굴에 덮어썼지만 모두 한바탕 웃고 넘어갔다.

<조헌주기자>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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