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계엄령 발동설 '일촉즉발'…외신 "군부내 암투 확산"

  • 입력 2001년 5월 20일 18시 59분


인도네시아 정가에 계엄령 및 국회해산설, 군 내부의 반(反)정권세력 숙정 등 ‘삼각파도’가 덮칠 것이라는 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부통령은 군 수뇌부 인사들과 20일 새벽까지 긴급 회동했으며 이날 낮 집회에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뜻을 강하게 시사했다.

탄핵위기에 몰린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이 정권 유지를 위해 군부의 반정권 세력을 숙정하고 곧 계엄령 발포와 국회 해산에도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18, 19일 자카르타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고 외신이 전했다. 이에 아크바르 탄중 국회의장은 19일 소문대로 되면 와히드 정권은 국회와 군부, 국민, 국제사회의 반발로 ‘사면초가’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현직 군부 최고위 인사들도 이날 긴급회동을 가졌으며 메가와티 부통령도 싱가포르 방문을 중단하고 귀국, 군 수뇌부와 만나 20일 새벽까지 대책을 논의했다.

그러나 와히드 대통령측은 군부 내 지지기반을 와해시키려는 음해에 불과하다며 이런 소문을 일축했다. 그의 측근인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국가안보장관은 20일 와히드 대통령이 불참한 상태에서 비상각료회의를 열기도 했다.

메가와티 부통령은 20일 이스트 자바에서 열린 집회장으로 전송된 연설을 통해 “나는 차기 대통령이 되기 위해 민주투쟁당에서 선출됐다”고 밝혔다. 그는 15일의 민주투쟁당 지부회의에서도 “최다의석을 차지한 우리 당의 당수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숙정설이 나돈 이후 군부 내 갈등과 암투가 노골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외신이 전했다. 육군과 해군은 19일 계엄령 발동에 반대한다는 뜻을 드러낸 반면 공군과 경찰은 애매모호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

또한 일부 장성들이 와히드 정권이 계엄령을 발동해서는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다고 외신이 전했다. 군의 최정예 부대를 이끌고 있는 리아미자르드 리아쿠두 중장은 20일 “군부가 충성을 바쳐야 할 대상은 개인이 아니라 국가”라며 “와히드 대통령은 계엄령 등을 정국 돌파구로 쓰지 말 것을 경고한 장군들을 해임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군부의 반발은 지난해 와히드 대통령이 동티모르에서의 반인륜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군부 최고 지도자인 위란토 총사령관과 친(親)수하르토 전 대통령측 장성들을 대대적으로 해임하고 군부의 이권을 박탈하는 등 개혁정책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9일 전현직 군 수뇌부 회동에는 위란토 전 총사령관도 참석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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