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보복공격에 대한 국내외 여론악화에도 불구하고 아리엘 샤론 총리는 20일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 샤론 총리는 이날 일간지 예디오트 아로노트와 가진 회견에서 "테러공격에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또한 테러로 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사용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온건파인 시몬 페레스 외무장관은 "테러와 보복공격의 악순환에 빠진 지금이 이스라엘 건국 이후 가장 어려운 위기의 순간" 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스라엘은 18일에 이어 19일에도 F16 전투기를 동원해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주요시설에 대해 전날에 이어 이틀째 공습을 했다. 이스라엘 공군 전투기 편대가 발사한 미사일이 목표물에 적중하면서 건물이 붕괴되는 등 라말라시 전체가 공포의 도가니에 빠졌다. 한 목격자는 "폭격을 맞아 건물 여러 채가 무너지면서 벽돌과 유리파편이 길바닥을 뒤덮었다" 고 현장의 참상을 전했다.
팔레스타인측은 "이스라엘이 무기라고는 소총과 기관총뿐인 팔레스타인인들을 전투기를 동원해 학살하고 있다" 며 국제사회가 나서 공격을 중단시켜 줄 것을 호소했다.
이스라엘군 공습의 발단이 된 자살폭탄 테러사건의 주인공인 마흐무드 아흐메드 마르마시(21)는 사건 직전 촬영한 비디오를 통해 이스라엘의 학살에 보복하기 위해 자폭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마르마시는 푸른색의 하마스 깃발을 배경으로 M16 소총을 들고 '신(神) 이외에 신은 없다' 는 내용이 적힌 머리띠를 두른 채 예루살렘 땅에 뿌려진 피에 복수하기 위해 내 몸을 폭탄으로 만들어 시온주의자들을 날려버릴 것 이라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과격단체는 20일 250여명이 다시 자살테러조로 자원했다고 밝혔다.
한편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은 20일 NBC방송의 일요 시사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격에 미제 F16 전투기를 사용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분쟁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곧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성철기자·외신종합연합>sungchul@donga.com
▼이스라엘 왜 강경대응 치닫나▼
이스라엘의 강경파 지도자인 아리엘 샤론이 2월 새 총리에 당선됐을 때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권과 국제 사회는 중동평화협상에 암운이 드리울 것으로 예상했다. 그가 중동전 영웅 출신으로 대표적인 시오니스트 가운데 한 명이었기 때문.
시간이 흐를수록 이같은 우려는 점차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자살 폭탄테러에 대응해 이스라엘은 1967년 ‘6일 전쟁’ 이후 처음으로 전투기를 동원해 보복 공격에 나섰다. 과거 정권에서는 금기처럼 여겼던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점령도 최근엔 수차례나 있었다.
샤론 총리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는 것은 팔레스타인 지도부를 압박, 그들을협상테이블로끌어내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테러와 폭력 행위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평화회담 재개 불가는 물론 팔레스타인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도있다는메시지를보내려는것.
샤론 총리는 에후드 바라크 전 총리의 우유부단한 팔레스타인 정책이 결국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봉기)’를 촉발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부족한 수자원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스라엘 영토 내의 수자원은 이미 79년에 한계에 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은 현재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지하 저수층에서 퍼 올린 물을 끌어들여 사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새 우물을 파거나 기존의 우물을확장하지못하도록하는등 팔레스타인의 물 사용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이 결과 이스라엘의 1인당 연평균 물 사용량은 170㎥나 되지만 팔레스타인은 25㎥에 불과할 정도로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요구대로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의 유대인 정착촌을 포기할 경우 엄청난 물 부족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에 강경책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스라엘 농업부는 과거 신문 광고를 통해 “팔레스타인 지역 내의 수자원을 포기하면 이스라엘은 존재 자체를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