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총통은 2주일에 걸친 중남미 5개국 순방 일정중 미국을 잠시 거치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상·하원 주요 의원과 회동하는 등 활발한 외교활동을 펼칠 예정이어서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중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이 천총통에게 경유비자를 발급한데 대해 강력한 항의를 했다. 이 때문에 대만과 중국 관계도 악화될 조짐이다.
천총통은 출국시 미 뉴욕에 사흘, 귀국시 휴스턴에 이틀 머물 예정이다.
뉴욕에서는 친대만계로 분류되는 상원 외교위원장 제시 헬름스 의원, 톰 딜레이 하원 원내총무 등 공화당의원을 만난다. 대만 총통이 미국의 거물 의원을 공식으로 만나는 것은 79년 미국이 대만과 외교관계를 단절한 후 처음이다. 천총통은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 등도 만난다.
홍콩 일간 명보(明報)는 천 총통이 미국 최대 도시이자 정치 경제적 상징성이 높은 뉴욕에 첫 발을 내딛는 것은 국민당 정부가 1949년 대만으로 패주한 이래 거둔 최대의 외교적 성과라고 논평했다.
톈훙마오(田弘茂) 외교부장과 린신이(林信義) 경제부장이 천총통과 동행하며 기업가 등 수십명도 수행한다. 천총통은 엘살바로드 과테말라 파나마 파라과이 온두라스 등 5개국을 순방하며 부인 우수전(吳淑珍) 여사도 휠체어를 타고 동행한다.
중국은 미국이 천총통의 경유를 허락할 조짐이 보이자 "대만 총통에게 미국이 비자를 발급하는 것은 중국이 주장해온 '하나의 중국' 정책에 어긋난다"며 수차례 항의표시를 했다.
미국이 천 총통에게 비자를 발급한 것은 물론 거물 정치인들이 그를 만나기 때문에 조지 W 부시 대통령 집권 이래 정찰기 충돌 사건, 대만에 대한 미국의 이지스함 등 무기 판매, 대만 방어를 위한 부시 대통령의 무력 불사 발언 등으로 불편해진 미국과 중국 사이는 더 나빠질 전망이다.
중국은 일본 정부가 4월 리덩후이(李登輝) 전 대만 총통의 방문을 허용하자 차관급 이상의 일본 방문을 당분간 취소하는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경색되어온 양안 관계의 골도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중국은 10월 상하이(上海)에서 열릴 예정인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싶어하는 천 총통의 희망을 꺾어 버렸다. 또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천 총통에 앞서 4월 중남미 6개국을 순방한 것도 대만 외교의 보루 가운데 하나인 중남미를 공략하기 위한 행보로 드러났다.
천 총통은 25일 엘 살바도르에서 열리는 대만 및 중남미 정상회담에 참석하며 3억3000만달러(약 4300억원)에 달하는 중남미 경제 발전 자금을 차관 형태 등으로 지원하기로 해 중국에 지지않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