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론 총리는 “폭력 종식과 유대인 정착촌 건설 중단이 연계돼야 하는 것은 아니며 미첼 보고서의 가장 중요한 권고 사항인 폭력 종식을 수용했다”며 팔레스타인에 대해 폭력행위를 중단하고 협상테이블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샤론 총리는 또 모든 아랍국가에 대해 ‘평화정착을 위한 길’로 들어설 것을 촉구하면서 시리아 레바논 등 주변 국가와 협상할 의지가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측은 “이스라엘로부터 점령지 및 정착촌 철수에 관한 말을 듣지 못한다면 우리의 저항은 계속될 것”이라며 폭력사태 종식 제의를 일축했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23일 프랑스를 방문해 자크 시라크 대통령 등 정치 지도자들을 만나 이스라엘과의 분쟁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아라파트 수반의 서방 방문은 지난해 9월 유혈사태가 벌어진 이후 처음이다.
이에 앞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2일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을 전화로 연결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유혈폭력 종식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백악관 관계자가 밝혔다.
한편 이스라엘은 23일 시리아가 지원하고 있는 이슬람 단체인 헤즈볼라 민병대의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행위가 계속될 경우 레바논의 시리아군 기지를 다시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팔 유혈불씨 '유대인 정착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유혈 분쟁 사태를 해결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내 유대인 정착촌 문제가 세계적 관심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유대인 정착촌은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등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 섬처럼 존재하며 현재 그 수가 145개에 이른다. 지난해 9월 유혈사태가 재발한 이후 이들 정착촌을 중심으로 양측 주민간에 끊임없이 충돌이 있어 왔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중동전쟁을 통해 이집트와 요르단에 속했던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을 점령한 이후 이 지역에 정착촌을 늘려 왔다.
93년 미국의 중재로 양측이 맺은 오슬로평화협정을 전후해서 정착촌이 크게 줄었으나 이후 다시 이스라엘이 확장정책을 펴면서 정착촌이 늘어났다. 정착촌의 거주민은 93년의 12만5000명에서 지금은 20만명에 이른다.
정착촌 이주민은 크게 두 가지 성격을 띠고 있다. 하나는 시오니즘의 신봉자로 유대인의 나라를 확장하겠다는 종교적 신념을 가진 이들이고,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 정부의 주택 제공 등 각종 혜택 때문에 입주한 사람들이다.
정착촌 이주민들은 이스라엘군과 정착촌 보안요원들의 특별 경호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직접 나서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싸우기도 한다.
이스라엘 내에서도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큰 차이가 있다. 강경파들은 이들을 ‘시온주의 영웅’으로 보고 있지만 온건파들은 ‘고립된 외지(外地)에서 힘을 낭비하는 소수 극단주의자’로 여기고 있다.
강경파인 아리엘 샤론 정권은 “정착촌을 늘리지는 않겠지만 정착촌 내부의 필요성 때문에 영역을 넓혀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태도다. 정착촌이 고립된 관계로 용수지와 학교 건설 등을 위해 땅을 넓히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
그러나 팔레스타인측은 정착촌의 확대가 결국 자신들의 영토를 잠식하기 위한 편법이라며 정착촌 자체를 줄이지는 않더라도 영역 확대는 즉각 중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