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미첼보고서 이행 노력"

  • 입력 2001년 5월 24일 01시 29분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23일 양측간의 유혈분쟁 해결을 중재하기 위해 마련된 국제진상위원회의 최종보고서(일명 미첼보고서)를 수용키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재발돼 수많은 사상자를 낸 양측간의 유혈 폭력사태가 종식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양측 지도자는 이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가진 각각의 전화통화에서 "미첼보고서의 이행을 위해 노력하겠다" 고 약속했다고 미 백악관이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중동의 폭력사태를 해소할 수 있도록 기회를 잡을 것 을 양측 지도자에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 지도자가 미첼보고서를 수용키로 약속한 것은 전날 이스라엘이 일방적인 휴전을 선언한 가운데 이뤄졌다.

샤론 총리는 22일 "폭력 종식과 유대인 정착촌 건설 중단이 연계돼야 하는 것은 아니며 미첼보고서의 가장 중요한 권고 사항인 폭력 종식을 수용키로 했다" 며 일방적인 휴전을 선언했다.

그는 그러나 미첼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인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내 유대인 정착촌의 동결 요구는 거부했고 팔레스타인측도 휴전 제의를 일축했었다.

양측 지도자가 미첼보고서 수용을 약속하기에 앞서 23일 오전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서는 폭력사태가 계속됐다.

이스라엘군은 탱크를 앞세우고 가자지구 남부 난민캠프에 진입, 발포해 어린이 2명 등 팔레스타인 주민 5명이 부상했다.

또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에서 팔레스타인이 쏜 총탄을 맞아 이스라엘인 1명이 숨졌고 가자지구 접경지역에서도 이스라엘 운전자 2명이 팔레스타인측의 매복공격을 받아 부상했다.

<백경학·권기태기자>stern100@donga.com

▼이-팔 유혈불씨 '유대인 정착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유혈 분쟁 사태를 해결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내 유대인 정착촌 문제가 세계적 관심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유대인 정착촌은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등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 섬처럼 존재하며 현재 그 수가 145개에 이른다. 지난해 9월 유혈사태가 재발한 이후 이들 정착촌을 중심으로 양측 주민간에 끊임없이 충돌이 있어 왔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중동전쟁을 통해 이집트와 요르단에 속했던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을 점령한 이후 이 지역에 정착촌을 늘려 왔다.

93년 미국의 중재로 양측이 맺은 오슬로평화협정을 전후해서 정착촌이 크게 줄었으나 이후 다시 이스라엘이 확장정책을 펴면서 정착촌이 늘어났다. 정착촌의 거주민은 93년의 12만5000명에서 지금은 20만명에 이른다.

정착촌 이주민은 크게 두 가지 성격을 띠고 있다. 하나는 시오니즘의 신봉자로 유대인의 나라를 확장하겠다는 종교적 신념을 가진 이들이고,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 정부의 주택 제공 등 각종 혜택 때문에 입주한 사람들이다.

정착촌 이주민들은 이스라엘군과 정착촌 보안요원들의 특별 경호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직접 나서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싸우기도 한다.

이스라엘 내에서도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큰 차이가 있다. 강경파들은 이들을 ‘시온주의 영웅’으로 보고 있지만 온건파들은 ‘고립된 외지(外地)에서 힘을 낭비하는 소수 극단주의자’로 여기고 있다.

강경파인 아리엘 샤론 정권은 “정착촌을 늘리지는 않겠지만 정착촌 내부의 필요성 때문에 영역을 넓혀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태도다. 정착촌이 고립된 관계로 용수지와 학교 건설 등을 위해 땅을 넓히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

그러나 팔레스타인측은 정착촌의 확대가 결국 자신들의 영토를 잠식하기 위한 편법이라며 정착촌 자체를 줄이지는 않더라도 영역 확대는 즉각 중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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