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정권 힌두교도들에 인식표 부착…전세계 분노

  • 입력 2001년 5월 24일 10시 06분


유엔과 세계 각국 정부 및 인권단체들은 23일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 소수 힌두교도들을 다수 이슬람교도들로부터 구분하기 위한 인식표로 노란 색 배지를 부착하도록 하는 법령을 반포한 데 대해 일제히 분노를 표시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과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는 "1930년대의 나치독일 정권으로부터 1990년대 초의 르완다 정권에 이르기까지 과거에 실시된, 이와 유사한 제도로 인해 끔찍한 범죄가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이들 두 유엔 기관은 "탈레반 정권의 힌두교도 인식표 부착 명령은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어두웠던 시기로 되돌아가려는 것"이라면서 "탈레반 정권은 자신들의 명령을 즉각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탈레반 정권의 조치는 심각한 인권 침해라면서 "이는 역사상 가장 개탄할 만한 인종차별 사례들을 상기시킨다"고 비난했다.

탈레반 정권의 비밀 종교경찰은 22일 독일 나치 정권 당시 유태인들에게 강제로 부착하게 했던 황색 별 표식('다윗의 노란 별')을 연상시키는 엄지 손가락 크기의 노란색 배지를 힌두교도들의 호주머니 안쪽에 붙이도록 명령했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어떤 사회집단에 대해 다른 집단과 구별되는 의복을 입도록 하거나 신원확인 마크를 부착하도록 하는 것은 그들에게 낙인을 찍어 고립시키는 행위로서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제인권연맹(FIDH)은 탈레반 정권의 "용납할 수 없는 조치는 보편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인권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인도 정부의 J.S.자살 대변인은 인식표 부착 명령은 탈레반 정권의 은폐됐던 인종차별 정책의 한 예를 보여주는 것으로서 "문명사회에서는 절대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면서 탈레반 정권에 대한 국제적 압력을 촉구했다.

그러나 아프간 당국은 힌두교도들이 이 배지를 부착하면 경찰이 이슬람교도들을 모스크에 몰아넣고 수염이 엄격한 요구조건에 부합되는지를 조사하는 불시 점검 때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파리·카불=AFP·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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