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와 함께 바하마 관광을"

  • 입력 2001년 5월 24일 18시 20분


“‘제임스 본드’와 함께하는 첩보원 세계로의 여행.”

냉전 시기의 치열한 첩보전이 관광상품 소재가 됐다. 러시아 NTV는 미국과 러시아의 퇴역 첩보원들과 함께 여행하는 ‘스파이 크루징’이 등장했다고 24일 소개했다.

이 여행은 첩보원의 활약을 소재로 한 소설이나 영화 마니아를 겨냥해 미국의 민간단체인 방첩·안보연구센터가 개발했다. 97년 미 연방수사국(FBI) 전직 요원들이 만든 이 단체는 원래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보안교육이 목적. 그동안 부업으로 미국 워싱턴에서 ‘스파이 버스투어’를 해왔다. 활동중 체포돼 일반에 알려진 간첩들이 애용했던 시내의 레스토랑 등지를 둘러보며 전직 첩보원들이 접선 방법 등에 관해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번에 새로 기획된 ‘스파이 크루징’은 주로 미국인을 상대로 해온 버스투어를 국제적인 비즈니스로 만들기 위한 것.

첫 출발은 내년 3월 초로 예정돼 있다. 참가자들은 유람선을 타고 미국 플로리다와 바하마 해역을 돌며 한때 쟁쟁했던 원로 첩보원들로부터 치열했던 첩보전의 비화를 듣게 된다. 첩보원 지망생을 위한 적성훈련과 기본활동 특강도 있다. 비용은 6박7일에 700∼900달러(약 90만∼115만원). 인터넷 홈페이지(www.cicentre.com)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여행 가이드의 면면은 화려하다. 32년간 구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에서 대미 첩보전을 지휘했던 올레그 칼루긴 예비역 장군, 24년간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소련 간첩을 잡던 데이비드 메이저가 대표적이다. 한때 치열한 첩보전의 적수였던 이들은 나란히 ‘스파이 버스투어’의 안내원 역을 하고 있다.

칼루긴 전장군은 최근 곤란한 처지에 빠졌다. 러시아에서 “KGB 장성 체면이 있지, 미국에서 관광 가이드나 하느냐”는 비난이 많다. 게다가 스파이 활동에 관해 안내하면서 ‘국가기밀’을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어 귀국시 곧바로 ‘후배’ 요원들 앞에서 수사를 받을 처지에 놓인 것이다. 냉전이 끝났다고 하지만 첩보전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기현기자>@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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