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퍼즈 의원은 당초 23일 오후 워싱턴에서 탈당을 표명하려 했으나 계획을 바꿔 24일 자신의 지역구인 버몬트주 버링턴에서 탈당을 선언하고 무소속으로 남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나는 지역구인 버몬트주를 가장 잘 대표하고 내 양심, 평생 동안 지켜온 원칙들을 가장 잘 표현하기 위해 공화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남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퍼즈 의원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세금 감면 계획 교육 정책 등이 자신의 공화당 탈당을 결정케 한 동기라고 밝히고 “나는 당적을 바꿨지만 나의 신념을 바꾸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제퍼즈 의원의 탈당으로 상원 의석은 공화 49, 민주 50, 무소속 1석으로 재편돼 집권당인 공화당이 소수당으로 밀리는 ‘여소야대’ 현상이 빚어지게 됐다. 미국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이 된 것은 1994년 이후 처음이다. 또 상원에서 의원의 당적 변경으로 특정 정당이 다수당의 지위를 상실한 것은 미 의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는 측근들에게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기지 않은 채 무소속으로 활동하면서 조직적 표결이 필요할 경우 민주당과 행동을 같이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제퍼즈 의원은 그동안 교육 환경 낙태 등의 문제에서 민주당 쪽에 동조해 왔다. 상원은 다수당이 20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직을 독점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그동안 공화당이 장악해 온 상임위원장직도 모두 민주당으로 넘어가게 됐다.
외교위원회의 경우 보수 성향이 강한 제시 헬름스 위원장이 진보적인 성향의 민주당 조지프 바이든 의원으로 교체되면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언론은 24일 이같은 상황을 ‘정치적 지진’에 비유하며 앞으로 부시 행정부가 법안 처리, 공직자 인준, 연방법원(대법원 포함) 판사 임명 등에서 상당한 어려움에 부닥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퍼즈 의원은 공화당 잔류를 종용해온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에게 “갈수록 보수화되는 공화당에 몸담고 있는 것이 불편하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공화 민주 양당은 다수당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중도 성향의 상대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치열한 입당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지가 23일 보도했다.
80년 이후 지금까지 미국에서 당적을 바꾼 의원은 모두 15명으로 이중 14명은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1명은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공화당은 젤 밀러(조지아), 존 브로(루이지애나), 매리 랜드루(루이지애나), 벤 넬슨(네브래스카) 등 4명의 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집중적인 입당 설득 작업을 펴고 있다.
이들 민주당 의원 중 공화당 입당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은 부시 행정부의 감세안과 존 애시크로프트 법무장관 인준 과정에 찬성표를 던진 밀러 의원. 그는 제퍼즈 의원 탈당 이전부터 공화당 이적 가능성이 제기돼 왔으나 23일 민주당 중진의원들의 설득으로 일단 당에 잔류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민주당은 공화당의 존 매케인(애리조나), 링컨 채피(로드아일랜드) 의원을 상대로 입당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정미경기자·워싱턴〓한기흥특파원>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