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어떻게 바뀔까]상생정치 일단 스톱

  • 입력 2001년 5월 24일 18시 30분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와 함께 실시된 상원 선거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50석씩을 차지, 상원을 양분하는 절묘한 상황을 만들어냈다.

미국 의정사상 최초로 공화 민주 양당이 상원을 균점함에 따라 공화당은 당연직 상원의장인 딕 체니 부통령이 찬반 동수가 나올 때 '캐스팅 보트'를 행사함으로써 간신히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는 양당 어느 쪽도 의정을 주도할 수가 없다. 그래서 잘못하면 양당의 팽팽한 줄다리기로 의정활동이 파행을 거듭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이에 따라 공화당의 트렌트 로트 상원 원내총무와 민주당의 톰 대슐 상원 원내총무는 1월초 양당이 각 상임위원회에 의원수를 동수로 배치하고 상임위 예산도 균분해서 사용키로 하는 합의를 끌어냈다. 대결 대신 상생(相生)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민주당 의원들을 대거 백악관에 초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민주당을 껴안으며 당파를 초월한 초당적 정치를 역설했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고분고분하지는 않았다. 민주당은 보수적 성향의 존 애시크로프트 법무부장관의 상원 인준과정에서 그를 집중공격했다. 애시크로프트는 2월초 찬성 58대 반대 42로 인준을 통과했지만 민주당은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를 통해 그의 인준을 무산시킬 능력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며 행정부를 압박했다. 상원에서 의사진행방해를 중단시키려면 60명 이상의 지지가 있어야 하므로 41명 이상의 의원이 뭉치면 의사진행방해를 통해 인준을 막을 수 있다.

이후로도 공화 민주 양당은 부시 행정부의 감세 예산안과 선거자금법개정 대북정책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그러나 표결에선 양당이 총력전을 삼간 채 소속 의원들이 개인적 소신에 따라 행동하도록 허용, 지금까지 큰 혼란이 초래되지는 않았다. 감세안과 예산안 등의 표결에선 의원들이 당론과 상관 없이 상대 당에 동조해 표결하는 '크로스 보팅'이 이전처럼 자유롭게 이루어졌다.

전문가들은 미 의회에 크로스 보팅의 관행이 있는데다 아직까지는 양당이 사력을 다해 싸울만한 큰 현안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제임스 제포즈 의원의 공화당 탈당으로 정치적 지각 변동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양당 간의 '불안한 평화'는 막을 내리게 됐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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