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학 화제의 졸업생]시·청각 장애인 우등졸업

  • 입력 2001년 5월 28일 18시 46분


스토펠(왼쪽) 컬린
스토펠(왼쪽) 컬린
미국 대학의 졸업시즌이 본격화되면서 각 대학에서 일반인들에게 감동을 주는 화제들이 만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7일 올해 학위를 받은 110만여명의 학생들 중 역경을 딛고 학업을 마친 화제의 졸업생 5명을 소개했다.

▽시각과 청각 없이 이룩한 인간승리〓장애인 스콧 스토펠(32)은 인체의 오감 중 시각 청각 촉각을 잃고 후각과 미각만 남은 상황에서 템플대의 전자공학과 컴퓨터과학 과정을 우등생으로 마쳤다. 희귀성 유전질환을 앓고 있는 스토펠은 강의를 들을 수도, 점자책을 읽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공부를 해냈으며 다음달에는 소설까지 출간할 예정. 그는 조금이나마 남아 있는 시력에 의존해 초대형 확대경을 이용하거나 손가락이 아닌 손바닥으로 읽는 점자장치를 사용해 공부를 했다.

▽가톨릭계 대학서 학위 받은 동성애자〓로마 가톨릭 재단이 운영하는 매사추세츠주 홀리 크로스대에서 동성연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보스니아 회교계 난민 출신의 루스미르 뮤지치(23)가 2등으로 학위를 받았다. 17세 때 보스니아 회교계 학생들을 미국가정에 보내 함께 생활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에 가입해 샌프란시스코로 건너온 뮤지치는 홀리크로스대 화학과에 입학한 후 당당하게 게이단체 활동에 참여했으며 평점 3.93점으로 학업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16세의 천재 피아니스트〓고교 학업을 건너뛰고 16세에 우등생으로 미시간대의 학사학위를 받게 된 조슈아 컬린은 3세 때부터 피아노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다. 바쁜 연주일정 때문에 중학교 1학년 때 중퇴를 하고 이듬해에 미시간대에 정식으로 입학한 컬린은 줄리아드 음대 석사과정에 전액 장학생으로 진학할 예정이며 20세 이전에 박사학위를 받게 될 것으로 주변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프리카 청년이 이룬 아메리칸 드림〓짐바브웨 출신의 네시슨 응야마투투(27)는 철도역에서 우연히 만나 15분간 대화한 미국인 교수부부의 명함 1장만 들고 무일푼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위스콘신 카르티지대에서 경영학 학위를 받았다. 장학금은커녕 입학허가서도 받지 못해 관광비자로 입국한 그는 루터파 교회재단에서 운영하는 카르티지대가 자신에게 무료로 교육을 제공할 것이란 신념 하나로 대학 관계자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공부를 시켜줄 것을 사정했다. 그의 집념에 감동한 대학은 6만달러 상당의 장학금을 지급했으며 응야마투투는 여름학기 수강 등을 통해 4년 과정을 3년 만에 마쳤다.

▽갱에서 정치학 학사로 변신〓가브리엘 카레라(36)는 폭력조직원으로 감옥에 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교회에서 운영하는 갱생원을 택한 것이 계기가 돼 하트퍼드대에서 정치행정학 학위를 받게 됐다. 10대 때 마약에 빠져 고교를 중퇴하고 갱 조직에 휩쓸려 다니다가 가택침입죄로 체포돼 갱생원에 들어갔다. 갱생원에서 공부를 시작해 평점 3.43점으로 학부과정을 마친 그는 언론대학원 석사과정에서 공부를 계속할 예정.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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