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일촉즉발 사태]와히드 비상사태 선포설…정국 혼미

  • 입력 2001년 5월 31일 18시 36분


'탄핵계획 철회하라'
'탄핵계획 철회하라'
인도네시아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의 탄핵을 논의하게 될 국민협의회(MPR·상원에 해당)가 8월 1일 개최된다.

아미엔 라이스 MPR 의장은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악바르 탄중 의회의장과 MPR 지도자 등을 만나 협의한 끝에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MPR 특별총회가 곧 와히드 대통령 탄핵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혀 그 때까지 정치적 타협 가능성이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제2당인 골카르당 당수 탄중 의장도 이날 “대통령은 아직도 의회를 설득할 수 있는 중대한 조치를 취할 기회가 있다”고 밝혀 정치적 타협의 여지가 있음을 강조했다.

인도네시아의 인터넷신문인 데틱뉴스는 31일 와히드 대통령이 탄핵을 피하기 위해 다음 주에 비상사태를 선포,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데틱뉴스는 전날 밤 와히드 대통령을 면담한 국립 인도네시아대 탐린 아말 교수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AFP통신도 의회가 탄핵을 논의할 MPR 소집을 요구하기로 결의한 30일 밤 와히드 대통령은 비상사태를 선포하려 했으나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안보장관을 비롯한 핵심 각료와 군부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31일 전했다.

이처럼 와히드 대통령이 비상사태 선포를 통한 위기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반대 세력은 서둘러 MPR 개최일자를 확정해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31일 의회는 전날 의원 표결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결의된 대통령 탄핵을 위한 MPR 특별총회 소집 요구를 라이스 의장에게 공식문서로 보냈다. MPR 특별총회가 소집되면 와히드 대통령은 부패 스캔들에 관해 해명해야 하며 이 해명을 수용할 것인지에 관해 의원들은 표결을 하게 된다. 해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론이 나면 와히드 대통령은 해임되며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한다.

와히드 대통령의 출신지인 동부 자바에서는 이날 2만여명의 와히드 지지자가 곳곳에서 집회를 갖고 의회의 탄핵 움직임을 비난했다. 전날 시위 중 경찰과 충돌해 시위대 1명이 숨진 파수루안 등지에서는 경찰이 정부 기관과 야당 사무실 등 주요 시설에 배치돼 삼엄한 경비를 폈다. 경찰은 동부 자바에 1급 경계령을 발령했다. 수도 자카르타 도심에서도 이날 수천명의 와히드 지지자가 의회를 비난하며 가두 시위를 벌였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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