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히드 강경대응 경고 "현상태 결코 좌시 않겠다"

  • 입력 2001년 6월 1일 18시 30분


압두라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탄핵을 논의할 국민협의회(MPR)가 8월 1일로 예정된 가운데 와히드 대통령은 1일 의회에 대해 '강경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와히드 대통령은 이날 국가 원로들을 대통령궁으로 초청한 자리에서 "나는 사임하지 않을 것이며 국가의 존립이 위협받을 경우 주저 없이 강경한 조치들을 취하겠다"고 말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그는 '강경 조치'의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같은 발언은 전날 와히드 대통령이 한 측근에게 "내주 중 비상사태를 선포해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는 보도에 이어 나온 것이다.

와히드 대통령은 "내가 사임하면 6개 주가 독립을 선언할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직을 떠날 수 없다"면서 "헌법을 위반하는 사람은 결코 묵인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추가 협상의 여지를 남겨놓았다.

전문가들은 군부와 상당수의 각료가 비상사태 선포에 반대하고 있는 만큼 와히드 대통령이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대법원마저 의회의 대통령 탄핵추진 절차가 합법적이라는 견해를 1일 와히드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시위는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날 자카르타에선 대통령궁 인근의 국립박물관 광장 주변에서 2000여명이 와히드 지지 시위를 벌였으나 경찰과의 충돌은 없었다. 와히드 대통령의 고향 동부 자바주에서도 1일 주도 수라바야 외곽지역 3곳에서 1만여명이 5일째 탄핵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으나 평화시위로 일관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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