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원주도권 신경전 치열…민주 "여론 직시하라"

  • 입력 2001년 6월 4일 18시 30분


미국의 공화 민주 양당이 향후 상원 운영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제임스 제퍼즈 상원의원의 공화당 탈당으로 미 상원 의석 분포가 종전의 ‘양당 50 대 50’에서 ‘민주 50, 공화 49, 무소속 1’로 바뀜에 따라 상원은 6일 정식으로 민주당을 다수당으로 인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은 17개 상임위원회와 3개 특별위원회의 위원장직을 모두 넘겨받아 의제선정과 의사일정 등을 주도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양당 의석수가 똑같았지만 당연직 상원의장인 딕 체니 부통령(공화)이 캐스팅보트(가부동수일 경우 행사하는 의결권)를 쥐고 있어 공화당이 다수당의 지위를 누렸다.

앞으로 공화당이 ‘필리버스터링(의사진행방해)’을 통해 상임위 의원조정 등을 무산시킬 경우 공화당이 당분간 상임위원장직을 장악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

공화당의 릭 샌토룸 상원의원은 3일 폭스TV와의 회견에서 “민주당이 행정부의 고위 관료 인준에 협조할 경우 각 상임위에서 공화당보다 1석씩 더 많이 배정 받도록 하겠지만 이를 보장하지 않을 경우 다수당 지위를 쉽게 차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임명직 공직자들에 대한 인준 통과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준표결이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공화당의 트렌트 로트 상원 원내총무는 지난 주말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제퍼즈 의원의 탈당은 국민의 뜻을 저버린 1인 쿠데타”라고 비난하고 “이제 공화당은 민주당과 전쟁을 벌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공화당이 여론을 무시한 채 민주당의 상원 장악에 제동을 걸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예정대로 상원을 주도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법사위원장을 맡을 민주당 패트릭 레히 의원은 “공화당과 대결을 위한 대결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종신직 법관 등에 대한 인준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공화당과의 의석차가 1석에 불과한 것을 의식해 “이제는 초당적 정치가 필요하다”며 공화당의 협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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