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왕가 몰살 음모說 '솔솔'…새국왕 갸넨드라 쿠데타 의혹

  • 입력 2001년 6월 4일 18시 41분


갸넨드라 디펜드라 전 국왕 전국왕의 연인 라나(왼쪽부터)
갸넨드라 디펜드라 전 국왕 전국왕의 연인 라나(왼쪽부터)
네팔 궁정 만찬 석상에서 1일 발생한 총격 사건 후 자살을 기도해 뇌사 상태에 빠졌던 신임 디펜드라 국왕(29)이 4일 오전 군 병원에서 숨졌다고 정부 소식통들이 밝혔다. 이에 따라 디펜드라 국왕의 섭정을 맡았던 디펜드라 국왕의 삼촌이자 비렌드라 전 국왕의 동생 갸넨드라 왕자(54)가 4일 새 국왕으로 추대됐다.

그러나 네팔수도 카트만두에서는 4일 수천명의 군중이 거리로 나와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밝히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카트만두 거리 곳곳에는 군 병력이 배치됐다. 군은 왕궁으로 향하는 주요 도로를 봉쇄하는 한편 신임 갸넨드라 국왕 취임식을 대비해 경계를 강화했다.

한편 숨진 디펜드라 국왕이 과연 이번 사건의 주범인지 여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외신이 전했다. UPI통신은 자결한 것으로 알려진 디펜드라 국왕이 사실은 뒤에서부터 총을 맞았다는 소문이 수도 카트만두 전역에 퍼져있다고 3일 전했다.

또 영국 BBC방송은 네팔뉴스닷컴을 인용해 디펜드라 국왕은 1일 만찬 석상에 자동소총을 가지고 나와 만찬장의 왕족 12명에게 발사했으며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군복으로 갈아입은 뒤 자신에게 총을 쏘아 자결을 시도했다고 전했다. 이 경우 첫 총성이 들린 뒤 디펜드라 국왕이 자결할 때까지 왕실 경호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디펜드라 국왕이 ‘만취 상태’에서 각각 다른 방향에 앉아있는 12명에게 자동소총을 난사해 전원을 사상케 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서도 총기 전문가들은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비렌드라 전 국왕 부처 등 왕족 8명의 시신을 각국 조문사절이 도착하기 전인 2일 오전 서둘러 화장한 것에도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의혹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것은 사건 발생 직후 군 관계자들이 디펜드라 왕세자(당시)의 범행설을 흘렸을 뿐 정부 당국의 공식 발표가 없었다는 점이다. 국왕에 추대되기 전 갸넨드라 왕자는 2일 “‘돌발적인 총기 사고’로 왕실에 변이 일어났다”고만 밝혔다. 사건 직후 ‘디펜드라 왕세자가 주범’이라고 발표했던 네팔 내무부와 람 찬드라 파우델 부총리는 4일 각각 “발표를 철회한다”거나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네팔 국민 사이에는 4일 새 국왕이 된 갸넨드라 왕자가 군부와 손을 잡고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갸넨드라 왕자는 권력욕이 강한 인물로 왕실과 갈등 관계인 권력 가문 ‘라나가(家)’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 대부분의 왕족은 왕실 정례 만찬에 참석했지만 갸넨드라 왕자만이 카트만두에서 165㎞ 떨어진 치트완에 있었던 점도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때문에 카투만두 시위대는 4일 ‘갸넨드라에게 죽음을’ 이라고 외쳤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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