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가진 미국 기자단과의 회견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나는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가 직면한 안보위협의 성격에 관해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면서 “1972년 체결된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 수정을 위한 미국의 어떤 일방적인 움직임에 대해서도 경고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16일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서 있은 미-러 정상회담 이후 MD 체제 및 ABM 협정과 관련한 첫 번째 공식 의사 표명이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끌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7일 “냉전 시대의 유물인 ABM 협정은 MD 기술이 갖춰지면 파기할 것이며 MD는 러시아의 동의 여부에 상관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은 ABM 협정을 파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종전 주장을 재확인하고 만약 미국이 ABM 협정을 파기할 경우 1, 2단계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포함한 핵무기 관련 조약들에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는 필요할 경우 핵무기를 증강할 것”이라며 경고의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또 MD의 기술적 문제에 대해 “날아가는 총알을 총알로 맞추려는 것과 비슷한 MD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전문가들은 기술적으로 MD의 완성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안보위협의 성격’과 관련해 “아직까지 양국이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지 않다”며 미국이 제기한 북한 등 ‘불량국가’의 안보위협에 대해 “북한은 이미 구식이 된 독일과 구 소련의 미사일 기술을 갖고 있을 뿐”이라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 개인에 대해선 상당히 우호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부시 대통령은 매우 주의 깊은 경청자로 비판력과 분석력을 갖추고 있었고 처음부터 솔직하게 나와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대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시 대통령이 각종 국제 문제의 큰 구도를 논의하는 데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미-러 정상회담 내용에 대해 전화로 설명을 받은 중국의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은 푸틴 대통령이 MD에 반대한 데 대해 감사의 뜻을 밝혔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19일 보도했다.
<이종훈기자·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