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밀로셰비치 국제법정 넘긴다

  • 입력 2001년 6월 25일 00시 02분


‘발칸의 도살자’로 통하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연방 대통령(60)이 전범법정에 설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렸다. 권좌에서 쫓겨난 지 6개월 만에 그는 국가원수를 지낸 사람으로는 최초로 국제법에 따른 단죄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대통령(57)이 이끄는 유고연방 정부는 24일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을 유엔의 구 유고 전범재판소(ICTY)에 넘기는 법령을 각료회의에서 채택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알바니아계 주민 수십만명을 인종청소한 혐의로 ICTY에 의해 수배중인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은 유고에서 추방된 뒤 바로 국제법정에 넘겨질 전망이다.

미롤류브 라부스 유고 부총리는 23일 “밀로셰비치가 다른 전범혐의자 15명과 함께 며칠 안에 전범 법정이 있는 헤이그로 인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밀로셰비치의 ICTY 인도를 줄기차게 요구해온 미국과 영국 등 서방국가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미 백악관의 한 관계자는 “긍정적인 조치로 우리 목표는 밀로셰비치가 기소된 죄목에 따라 추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이 발칸반도의 정의 실현에 한걸음 다가서는 조치”라고 환영했다.

그러나 밀로셰비치가 이끌었던 사회당(SPS)과 밀로셰비치와 동맹관계에 있는 몬테네그로 사회민주당(SNP)은 “유고정부의 법령채택은 헌법 위반으로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5일 민중봉기로 쫓겨난 밀로셰비치는 4월 1일 야당지도자 암살미수와 부정부패, 권력남용 등 5가지 혐의로 구속돼 베오그라드 내 중앙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이날 그를 지지하는 수백명은 중앙교도소 앞에서 법령 채택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유고 정부는 그동안 밀로셰비치 지지세력의 반발 등을 우려해 그를 국내법정에 세우겠다고 버텨왔다. 그러나 미국은 최근 밀로셰비치를 인도하지 않을 경우 수억달러 상당의 발칸 복구기금을 동결하겠다는 강경한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자 전후 복구를 위해 해외자금 유치가 시급한 상황이었던 유고 정부가 결국 서방측의 압력에 굴복하면서 ‘실리’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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