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92년 네더란드 헤이그에 설치한 ICTY에 전직 국가원수로는 처음 서게 될 밀로셰비치의 인도 시점을 놓고 유고연방 지도부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는 것. 이런 가운데 밀로셰비치 지지자 1만여명은 26일 베오그라드 중심가에서 시위를 벌였다.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유고연방 대통령은 27일 “대(對) 유고 경제원조를 논의할 국제공여국 회의(29일)가 열릴 때까지 밀로셰비치를 전범법정에 넘겨주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밀로셰비치의 변호인이 (23일 각료회의서 통과된 전범 인도법령에 대해) 위헌 소송을 낸 사실을 상기시키고 “피고인이 항소 등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코슈투니차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2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릴 국제공여국 회의에서 유고에 대한 확실한 지원을 이끌어냄과 동시에 밀로셰비치의 인도 결정이 미국 등 서방의 압력에 의한 것임을 표시하려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조란 진지치 유고 연방내 세르비아공화국 총리는 “유고 법정이 24일 통과된 전범 인도법령을 위헌으로 판결하더라도 ICTY의 요구가 우선권을 갖는다”고 강조하면서 이르면 29일까지 밀로셰비치를 인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밀로셰비치의 변호인은 “현재 추세로 갈 경우 밀로셰비치의 인도가 29일 시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유고 연방에 몬테네그로공화국 대표로 참여 중인 사회인민당(SNP)은 밀로셰비치의 인도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친밀로셰비치 계열인 SNP 소속의 조란 지지치 유고연방 총리는 27일 밀로셰비치가 만든 세르비아사회당(SPS) 대표를 접견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AFP통신은 SNP가 29일 유고 연방에 계속 참여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만약 연방에서 탈퇴할 경우 유고 연방은 붕괴될 것이라고 27일 전망했다.
한편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국제공여국 회의에 미국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밀로셰비치의 조속한 인도를 촉구했다. 미국은 유고 정부가 공여국 회의를 열기 전에 밀로셰비치를 ICTY에 인도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밀로셰비치 지지자 1만여명은 26일 베오그라드의 유고 연방 의사당 주변에서 반대 시위를 벌였다. 베오그라드 도심을 평화행진하며 의사당에 집결한 시위대는 “밀로셰비치를 ICTY에 넘기지 말라”는 등의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고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져 시위대 몇 명이 부상했다고 관영 탄유그통신은 27일 전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