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통령 직속 사면심사위원회 아나톨리 프리스타프킨 위원장은 27일 “위원회에 의해 사면이 확정됐으나 법무부 등 관계기관의 관료주의 때문에 제때 풀려나지 못하고 여전히 감옥에 있는 수감자가 3000여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이후 사면을 받아 실제로 풀려난 사람은 겨우 9명. 지난해 1∼7월 1만2000명이 풀려났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엔 사면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프리스타프킨 위원장은 “이는 민간인으로 구성된 사면위원회를 무력하게 만들려는 관료들의 조직적 저항”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러시아 관료주의는 특히 교도행정분야에서 악명이 높다. 예비역 장성 출신의 하원의원인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타마라 로흘린은 지난달 최고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3일 후에야 변호인단의 도움으로 겨우 풀려났다. 그나마 그는 언론의 주목을 받은 유명인이었기 때문에 신속히 석방된 것. 일반 미결수들은 우편으로 보내지는 법원의 판결서가 교도소에 전달된 후에야 풀려나기 때문에 보통 판결 후 1주일이 지나서야 석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인권운동가는 “더딘 행정처리 때문에 열악한 환경의 감옥에 하루라도 더 있어야 하는 것은 당사자에게 엄청난 고통”이라고 지적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