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외교관 러서 46명 철수…스파이전 일단락

  • 입력 2001년 7월 2일 18시 59분


3월 미국과 러시아 관계를 최악으로 몰고 갔던 ‘스파이 공방전’이 상처투성이로 일단락됐다. 양국이 1일까지 50여명씩의 외교관을 상대국에서 철수시킨 것이다.

러시아 관영 노보스티 통신은 “러시아 주재 미국 외교관 46명이 1일 0시까지 철수를 마쳤다”고 보도했다. 마지막까지 철수를 미루던 일부 미국 외교관은 지난달 30일 뉴욕행 델타항공과 아에로플로트 항공편으로 러시아를 떠났다. 4월 러시아 정부로부터 ‘비우호적 인물’로 지명돼 추방된 4명까지 합치면 ‘스파이 사건’으로 러시아에서 쫓겨난 미국 외교관은 모두 50여명. 이는 미국에서 철수한 러시아 외교관 수와 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는 2월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이던 로버트 핸슨이 러시아 간첩으로 밝혀진 후 미국이 러시아 외교관 4명을 추방하면서 커졌다. 갓 집권한 조지 W 부시 정부의 강공에 러시아가 외교관 맞추방으로 보복하면서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지난달 부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 번째 정상회담은 성공적으로 끝났으나 이번 사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사건은 마무리됐으나 양국은 외교력에 큰 타격을 입었다. 미국은 모스크바 대사관과 블라디보스토크 등 3개 총영사관에 근무하는 500여명의 직원 중 10%를 잃었다. 러시아도 190여명의 미국 주재 외교관 중 4분의 1을 철수시키게 돼 외교력에 큰 구멍이 생겼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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