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두라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군과 경찰의 집단 항명을 주도한 수로조 비만토로 경찰청장을 말레이시아 주재 대사로 임명했지만 비만토로 청장이 거부했다고 AFP통신이 2일 보도했다. 와히드 대통령은 1일 자카르타 남부 경찰 연병장에서 열린 경찰 창설 5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직무정지 명령이 내려진 비만토로 청장을 경찰청장직에서 공식 해임하고 말레이시아 대사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비만토로 청장은 2일 “대통령의 배려가 개인적으로는 감사하지만 수락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그러나 그는 “청장 해임은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비만토로 청장은 5월 말 와히드 대통령으로부터 사임 요구를 받고 “국회의 사전 승인 없이는 수용할 수 없다”며 수용을 거부한 데 이어 군과 경찰을 동원해 대대적인 무력시위를 벌인 바 있다. 비만토로 청장이 말레이시아 대사 임명을 거부한 것은 와히드 대통령이 다음달 1일 소집되는 국민협의회(MPR) 특별총회 개최를 앞두고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취한 조치라고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