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하원은 4일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 정부가 소련에 거주하던 독일계 주민에 대해 강제 이주 등의 탄압을 가했던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에 대해 사과하도록 요청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동안 나치 독일의 침략을 받은 피해자였다는 점만을 강조해왔던 러시아가 한편으로는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시인했다는 점에서 이 결의안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41년 소련 최고회의 간부회의는 독재자 이오세프 스탈린의 주도로 포볼슈야 지역에 집단으로 거주하던 독일계 주민들을 시베리아 등 다른 지역으로 강제 이주시켰다. 이들이 나치 독일에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독일계는 전쟁이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거주 이전을 제한받는 등 차별을 받았다. 다음달 28일은 이러한 탄압이 시작된 지 60년이 되는 날이다.
하원은 당시 조치가 ‘불법적인 탄압행위’였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결의했다.
2차 대전 당시 치열한 전쟁을 치렀던 러시아와 독일은 최근 서로 사과와 보상을 통해 과거사를 정리하고 있다.나치 정권에 의해 피해를 본 러시아인들은 지난해 독일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1만5000마르크(약 840만원)씩의 보상금을 받았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