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어업분쟁…韓日관계 급랭

  • 입력 2001년 7월 8일 18시 41분


<<한일관계가 심상치 않다. 일본이 왜곡된 역사교과서 재수정과 남쿠릴열도 조업문제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원칙에 따라 끝까지 문제삼을 것”이라며 강경 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98년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후 미래지향적 우호관계를 유지해 온 양국 관계가 최악의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교과서 '정면대결' 치닫나▼

일본 정부의 재수정 검토 결과는 9일 발표를 봐야 알수 있지만 일본 언론의 보도를 종합해 볼 때 우리 국민의 기대 수준과는 크게 차이가 있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특히 극우 교과서를 만든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측의 후소샤(扶桑社)출판사가 일부분을 자율 정정하겠다고 나선 것은 대표적인 ‘생색내기용 잔꾀’라는 것.

최희선 교육부차관이 일본교과서
재수정 거부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재수정할 것으로 알려진 2개 항목도 한국 정부가 수정을 요구한 35곳 가운데 가장 우선 순위가 낮은 대목이다.

특히 △군위안부 △한일합병 △강제 징용 및 징병 등 왜곡된 근·현대사 부분은 전혀 손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강경 대응키로 한 것은 일본 정부가 교과서 검정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일부 출판사들이 자율 정정하겠다고 한 내용도 정부와 출판사들과의 물밑 조율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정부의 대응은 주변 국가와의 관계 개선을 포기한 채 일본 국내 보수세력의 눈치만을 본 결정이라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우경화 움직임과 이달 말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결과라는 것.

정부는 이에 따라 단계별 대응책을 통해 여느 때보다 강도 높게 일본측을 압박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일본측이 가장 아파하는 ‘역사 왜곡과 도덕성과의 연계’를 부각시키고,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지도적 역할을 할 자격이 없다’는 주장을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해 국제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제기할 계획이다.

▼꽁치조업 갈등▼

남쿠릴 열도 꽁치 조업 분쟁은 교과서 문제보다 폭발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어선이 예정대로 15일부터 조업을 강행할 경우 한일 양국 어민간에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여전히 이 문제를 ‘주권의 문제’로 규정한 채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우리측도 어기(漁期)를 놓칠 경우 어민의 손실이 크다는 점 때문에 물러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은 더욱이 이달 말의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어민 표(票)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만일 우리 어선의 조업 강행으로 양국 어민간에 충돌이나 무력 시위가 발생할 경우 양국 관계는 심각한 위기 국면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물론 양국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조만간 다시 회담을 가질 예정이지만 ‘대체 어장을 제공해달라’는 우리측의 현실적 요구에 일본측이 전혀 응하지 않고 있어 지금으로선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김동원·김영식기자>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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