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는 알래스카 페어뱅크스에서 남동쪽으로 160㎞ 떨어진 포트그릴리에 MD실험기지를 건설키로 하고 조만간 의회에 공식적으로 예산배정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 실험기지는 공중에서 발사돼 알래스카를 향해 날아오는 탄도탄요격미사일(ABM)을 지상배치 요격미사일로 격추시키는 실험을 실시하는 장소로 이용된다. 그러나 미국은 이 실험기지를 MD실험을 위해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10기 이하의 요격미사일을 실전 배치해 적국이 미 대륙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대응하는 MD기지로 이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요격미사일 격납고와 미사일 저장설비도 건설된다.
국방부 산하 탄도탄미사일방어기구의 대변인인 릭 레너 중령은 “MD기술 개발이 예정대로 이뤄지고 만약에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포트그릴리 실험기지가 MD기지로 운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전문가들은 이 실험기지가 앞으로 미국 MD체제의 실질적인 사령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빌 클린턴 전 행정부는 MD체제를 2004∼2008년경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했었으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04년까지 ‘초보적인’ 수준의 MD배치안을 검토해왔다. 이에 따라 MD에 참여할 최대 무기제작사인 보잉사는 4월말 국방부에서 실시한 특별 브리핑에서 1단계로 2004년 3월까지 알래스카 지역에 5기의 요격미사일을 배치하고 2007년까지 요격미사일을 50기까지 늘릴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국방부는 아직 MD실험기지 건설을 위해 어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지 밝히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알래스카에서 올해 건설공사를 할 수 있는 기간이 몇 주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예산요구안 제출을 최대한 서두를 계획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미국의 MD구축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대가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이 사실상 MD기지로 사용될 실험기지 건설에 착수키로 했다는 것은 ABM협정의 개정 또는 폐기에 대한 러시아의 동의 없이 MD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이 72년 구소련과 맺은 ABM협정은 MD체제의 배치는 물론 MD실험기지의 건설까지 금지하고 있다.
알래스카에 건설되는 MD실험기지가 사실상의 MD기지로 사용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짐에 따라 미국의 MD계획에 대한 러시아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