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이 압승할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1차 투표에서 개최지를 가리지 못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기 때문. 초조히 기다리던 베이징유치위원회 관계자들을 포함한 중국측 인사들은 침묵 속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단상에 오른 사마란치가 13억 중국인을 안도시키는데는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중국인들의 애타는 마음을 헤아린 듯 사마란치는 단 한순간의 거리낌도 없이 개최지 선정 결과문을 읽어 내리는 것으로 자신의 마지막 개최지 발표 임무를 완수.
○…모스크바 세계무역센터에서 투표 장면을 현장 생중계하던 중국 관영 CCTV는 사마란치위원장이 베이징을 2008올림픽 개최지로 발표하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중국 베이징시내 톈안먼광장에 모여 있던 군중이 환호하는 모습과 시내 한 호텔의 축하행사장을 동시에 3원 생중계하는 순발력을 발휘.
▼질문쇄도 설명회 시간넘겨▼
○…13일 모스크바 세계무역센터(WTC) 콩그레스홀에서 열린 2008년 올림픽 유치 도시들의 설명회에서 베이징은 할당된 시간보다 20분이나 넘기며 IOC위원들로부터 집중적인 질문 공세를 받았다. 이날 오후 3시(현지 시간)부터 시작된 베이징의 유치설명회는 당초 1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IOC위원들의 질문이 쏟아져 4시20분에야 끝났고 마지막 설명회에 나선 이스탄불은 IOC위원들이 대부분 질의를 생략하는 바람에 30여분만에 끝났다.
○…막판 뒤집기를 노린 토론토는 IOC위원들을 상대로 한 유치설명회를 인디언 춤과 함께 시작해 눈길. 유치위원장의 인사말로 설명회를 시작한 다른 경쟁 도시들과는 달리 토론토는 인디언 복장을 한 6, 7명의 남자 무용수들이 총회장을 누벼 IOC위원들의 관심을 끌었다. 토론토는 또 퓰리처상을 받은 베트남전의 참상 고발 사진 ‘벌거벗은 채 울고 있는 소녀’의 주인공이 총회장에 참석해 올림픽 유치를 호소하는 등 타 도시보다 기발한 설명회를 가졌다.
○…은퇴 뒤 영국 유학중인 중국의 전 여자탁구 대표선수 덩야핑이 유창한 영어 실력을 과시하며 베이징의 올림픽 유치의 첨병으로 나섰다. 바르셀로나올림픽과 애틀랜타올림픽에서 4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던 ‘녹색 테이블의 마녀’ 덩야핑은 올림픽 체조 2관왕인 양링과 함께 단상에 올라 5분여 동안 또렷또렷한 발음으로 베이징올림픽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천안문인파 불꽃놀이 열광▼
○…“베이징이 이겼다.” 2008년 하계올림픽 개최지 투표결과가 나오자 관영 CCTV 아나운서는 흥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외쳤고 베이징은 바로 열광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조심스럽게 축하행사가 준비된 베이징시 서부의 중화세기단에서는 팡파르와 함께 밤하늘을 수놓는 화려한 불꽃축제가 벌어졌다. 만리장성에서도 축하행사를 위해 모인 2000여명의 젊은이들이 등불을 흔들며 열광했다. 톈안먼(天安門)광장에 운집한 10만 인파도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을 한 목소리로 합창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중국은 올림픽 유치를 축하하는 기념우표를 14일 아침 전국 우체국에서 발매한다.
<모스크바·베이징〓장환수기자·이종환특파원>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