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엔 라이스 MPR 의장이 “투표 결과 만장일치로 와히드 대통령의 탄핵과 메가와티 부통령의 대통령 승계가 결정됐다”고 발표하자 의사당에 모인 의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올렸다.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의사당에 모습을 보이지 않던 메가와티 신임 대통령은 개표 결과 발표 후 눈물을 글썽거리며 의사당에 입장. 의원 자격으로 투표에 참가했던 메가와티 신임 대통령의 남편 타우픽 키마스는 부인이 의사당에 입장하는 동안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MPR는 공석이 된 부통령 선출 일정에 관해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메가와티 대통령은 이번 MPR 총회기간에 부통령이 선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측근이 전언. 주요 정당들은 부통령 후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제2당인 골카르당은 악바르 탄중 당수를 후보로 내세울 것이라고 23일 발표.
○…메가와티 신임 대통령이 국회의사당에서 취임선서를 하는 동안 의사당 밖에는 200여명의 와히드 전 대통령 지지자를 태운 15대의 버스가 의사당 진입을 막는 경찰과 대치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MPR의 와히드 탄핵 절차를 보호하겠다고 발표한 경찰은 의사당 주변을 에워싼 채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 AP통신 등 외신은 “와히드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수도 자카르타로 몰려들고 있으나 폭력사태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의 상원격인 MPR는 이날 하루종일 숨가쁜 움직임을 보였다. MPR는 오전 8시20분 와히드 대통령 탄핵 절차를 개시했는데 의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회의장에 입장한 메가와티 부통령은 맨 앞줄에 앉아 특별총회를 지켜봤다.
601명의 의원들은 ‘의회와 MPR의 활동을 중지하라’는 와히드 대통령의 포고령에 대해 표결을 거쳐 이를 거부하기로 결의. 이에 앞서 대통령의 포고령을 ‘불법’으로 규정한 대법원 명의의 성명이 낭독되기도 했다.
점심식사를 위해 휴회한 MPR는 오후 1시에 재개될 예정이었으나 각 정파 대표들의 와히드 탄핵 발표문안 작성 작업이 길어지면서 3시15분에 재개. MPR의 8개 주요 정파 대표 82명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는 ‘와히드 탄핵 및 메가와티의 대통령직 승계’를 오후 회의 개시 직후 발표.
○…MPR 특별총회를 앞두고 최대 이슬람 단체인 나들라툴 울라마(NU) 회원 등 와히드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규모 가두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보안당국은 경계병력을 전날보다 2배로 늘리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
MPR 건물 주변에서는 실탄을 장착한 자동소총과 M16 소총 등으로 무장한 군과 경찰이 4중 차단막을 설치한 채 출입 차량을 정밀 검색하고 일반인들의 출입을 완전히 차단.
특별총회 개최를 규탄하는 내용의 문구가 적힌 깃발을 든 시위대 100여명이 집결하고 와히드 대통령의 고향인 동부 자바 주민 300여명이 기차로 자카르타에 도착하면서 긴장이 고조. 군과 경찰은 이들의 무기소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일일이 몸 수색을 하기도.
○…이날 대통령궁 주변에는 군과 경찰 2000여명이 수륙양용 장갑차와 무장 차량 100여대를 배치해 시민의 접근을 원천봉쇄한 채 삼엄한 경비를 폈다. 전날 수륙양용 장갑차까지 동원해 시가행진을 벌인 뒤 대통령궁 주변에 집결했던 육해공군 특수부대 요원과 경찰은 대통령궁 주변 도로에 높이 2.4m의 3중 철조망을 설치해 모든 행인과 차량의 출입을 봉쇄. 일부 병력은 중화기를 대통령궁을 향해 조준한 채 퇴진을 거부하고 있는 와히드 대통령을 압박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내비치기도.
○…자카르타 시민은 23일 아침 TV방송과 신문을 통해 비상사태 선포 소식에 외출을 자제했으며 도심에 위치한 기업체 사무실 대부분이 임시 휴무를 결정. 이에 따라 평소 월요일 오전 극심한 체증을 보였던 도심의 교통이 원활한 모습을 보였고 행인들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도심에 위치한 컴퓨터 소프트 개발회사 인테그라시사의 안디 히자딧 사장은 “포고령 선포 후 치안상황 악화가 우려돼 오늘 아침 직원 100여명에게 전화를 걸어 출근하지 말도록 했다”고 전언.
○…미국 일본을 비롯한 국제 사회는 메가와티 대통령 취임에 대해 일제히 환영과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이탈리아를 방문중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인도네시아가 평화적으로 정권을 교체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표시하며 “우리는 메가와티 대통령과 함께 인도네시아가 당면한 경제개혁이란 도전을 해결할 수 있도록 협력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도 메가와티 대통령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 인도네시아의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인도네시아의 개혁노력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 의사를 재확인했다고 외무성이 성명을 통해 밝혔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외무장관 회담을 벌이고 있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들도 인도네시아 사태가 평화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데 대해 일제히 안도감을 표명했다.
<이종훈·신치영기자·외신종합연합>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