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엄 WP紙회장 영결식

  • 입력 2001년 7월 24일 18시 36분


17일 84세를 일기로 타계한 미국 워싱턴포스트지의 사주 고 캐서린 그레이엄 회장의 영결식이 23일 오전11시 워싱턴의 내셔널 캐시드럴에서 거행됐다.

이날 영결식에는 빌 클린턴 전대통령 내외와 딕 체니 부통령,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등 각계 저명인사와 시민 등 3300명이 참석, 미 언론계와 현대사에 남긴 고인의 족적을 기렸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안내원으로 자원봉사를 했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부장관은 조사를 통해 “캐서린 회장은 내가 몸담고 있던 행정부를 혹독하게 비판했지만 우리는 우정을 나눌 수 있었다”며 “그녀는 용감했으나 결코 모질지는 않았다”고 회고했다.

포스트가 워터게이트 사건을 폭로할 당시 편집국장이었던 벤 브래들리는 “위대한 신문은 위대한 발행인(언론 사주)이 만든다”면서 “훌륭한 사주는 기자와 편집자들에게 사회의 가장 어두운 구석에 밝은 빛을 비추도록 돕는다”고 강조했다.

포스트는 캐서린 회장이 생전에 말했던 ‘신문이 없는 세상은 지금과는 다를 것’이라는 구절과 함께 ‘캐서린이 없는 세상은 지금과는 전혀 다를 것’이라는 전현직 사원들의 추모사를 이날 신문 한 면 전체에 게재했다.

미국의 주요 TV가 생중계한 이날 영결식에서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는 바흐의 첼로 모음곡 6번 가운데 ‘사라방드’를 고인이 떠나는 길에 바쳤다.

캐서린 회장은 조지타운의 자택 맞은 편에 있는 오크 힐 묘지에 안장됐다. 40년 전 세상을 뜬 남편 필립의 묘지 바로 옆자리였다.

미 언론은 용감하고 유능한 언론사 사주로서 세인의 존경을 받는 삶을 살았던 캐서린 회장은 이젠 ‘미국의 전설’이 됐다고 평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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