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간에서의 자유’를 주장하는 전자프런티어재단(EFF) 등 네티즌 단체들은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와 러시아 모스크바 등에서 러시아 프로그래머 드미트리 스클랴로프(사진)의 석방을 요구하는 항의 시위와 함께 세계적인 그래픽소프트웨어 업체인 미국의 어도비에 대한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러시아 엘콤소프트 소속의 스클랴로프씨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 해커 회의’에 참석했다가 어도비의 제소로 16일 체포됐다. 지난해 발효된 디지털저작권법에 따른 첫 번째 기소 사례다.
분쟁은 스클랴로프씨가 어도비의 전자책 프로그램의 복제방지기술을 무력화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시작됐다. 이 프로그램을 인터넷상에 띄웠다가 어도비의 항의를 받고 삭제했던 그는 이번 회의에서 이 기술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러자 전자책 복사가 자유롭게 되는 경우 엄청난 손실을 우려한 어도비가 스클랴로프씨를 제소한 것.
스클랴로프씨는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이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학문적 목적으로 인터넷에서 유포시켰을 뿐 개인적 이득을 얻으려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항의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상에서의 저작권 행사에 맞서 정보의 제한 없는 유통을 다시 주장하고 나섰다. 한편 러시아 언론은 “미국 수사당국이 미국 기업의 기술 보호를 위해 스클랴로프씨를 체포했다”고 비난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