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현지 표정…와히드 친구면담·음악감상

  • 입력 2001년 7월 24일 18시 50분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대통령은 압두라만 와히드 전대통령의 해고 명령에 저항하며 중무장한 경찰을 동원해 국민협의회(MPR)의 탄핵 총회를 사수했던 수로요 비만토로 경찰청장을 면담하는 것으로 24일 첫 공식업무를 시작했다.

그러나 와히드 전대통령이 여전히 대통령궁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그의 지지자들이 군과 대치를 계속하고 있고 그가 속한 정당이 새 정권에 불복종운동을 전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메가와티 대통령의 앞날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MPR의 탄핵 결정을 거부하고 있는 와히드 전대통령은 대통령궁에서 카세트 음악에 맞춰 콧노래를 부르는 등 겉으로는 그다지 불안해하거나 동요하는 기색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측근이 전언. 그는 23일 TV를 통해 MPR 특별총회를 지켜보다가 격려차 찾아온 친구 자야 수프라나와 함께 농담을 주고받고 노래를 부르며 시간을 보냈다는 것. 그는 또 친구가 귀가한 뒤 베토벤 교향곡에 맞춰 혼자 콧노래를 부르기도 했다고 언론들은 보도.

○…23일 오전부터 대통령궁 앞에 모인 이슬람 단체 나들라툴 울라마(NU) 회원 등 와히드 전대통령 지지자 600여명은 24일 오후까지도 자리를 떠나지 않은 채 중무장한 육해공군 특수부대와 대치를 계속. 이들은 이번 탄핵을 주도한 중심 인물로 아미엔 라이스 MPR 의장을 꼽으며 “아미엔을 죽이자”는 구호를 외치기도. 한편 와히드 전대통령이 소속된 국민각성당(PKB)은 메가와티 대통령이 불법으로 권력을 찬탈했다며 납세 거부와 주민등록증 반납 등의 방법을 통해 시민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위협.

○…서방 각국의 언론은 메가와티 대통령의 취임으로 인도네시아가 안정을 찾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그의 국정 수행 능력에 대해 회의론을 제기.

미국 CNN방송은 메가와티 대통령이 자신의 취임을 무력으로 지원해준 군부의 ‘마네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

또 AP통신은 메가와티 대통령이 민족주의에 호소하는 연설에만 능할 뿐 지적 능력에 문제가 있으며 특히 군벌 및 재계의 부패인사와 교분이 두터운 남편 타우픽 키에마스의 영향력에 휘둘릴 위험도 있다고 우려.

그러나 영국 BBC방송은 메가와티 대통령이 “국부 수카르노 대통령의 딸이며 서민층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강점을 무시할 수 없다”고 분석.

○…메가와티 대통령이 취임한 23일 인도네시아 주가는 약 2.0% 올랐으며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에 대한 루피아화의 가치도 1만230루피아를 기록해 20일의 1만1150루피아에 비해 8.9% 급등. 장중 한때는 3월7일 이후 최고치인 9950루피아까지 상승하기도.

비커스 발라스 증권의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장은 “메가와티 신임 대통령에 대해 시장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경제는 최악의 상태지만 메가와티는 유능한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본다”고 평가.

<권기태·이종훈기자·외신종합연합>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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