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히드 전대통령은 이틀째 대통령궁에 머물며 퇴진을 거부하고 있으나 측근 부디 산토스는 기자들에게 “1∼2주가 지나면 (와히드 전 대통령이) 대통령궁을 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미국 CNN방송은 와히드 전대통령 진영에서 이르면 25일 그가 대통령궁을 떠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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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와티 대통령은 임시 집무실을 마련하기로 하는 한편 와히드 전대통령이 대세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임을 깨닫도록 해 늦어도 7월 말까지 물러서도록 설득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메가와티 대통령은 와히드 전대통령을 강제로 대통령궁에서 끌어내지는 않고 자발적으로 떠나기를 기다릴 방침이라고 메가와티 대통령의 측근이 24일 밝혔다. 와히드가 두 차례에 걸친 뇌졸중으로 인한 중증 장애인인 데다 강제로 몰아낼 경우 그의 지지 세력인 이슬람 단체 나들라툴 울라마(NU) 조직원들의 심기를 자극해 거센 반발이 초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네시아 경찰은 와히드 전대통령의 탄핵 이후 그를 지지해온 고위 경찰간부 7명을 체포하고 또 다른 1명을 추적하는 등 경찰수뇌부 숙정에 돌입했다고 24일 밝혔다.
에드워드 아리토낭 인도네시아 경찰 대변인은 와히드 전대통령의 재임 막바지 몇 시간 동안 그의 포고령에 따르도록 경찰 등을 선동한 혐의로 반자르 나호르 총경 등 경찰 고위간부 7명이 체포됐다고 말했다.
한편 메가와티 대통령이 구성할 내각은 탄핵 과정에 참여했던 8개 정파들과 군부 등을 골고루 등용하는 ‘무지개 내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가와티 대통령이 이끌고 있는 민주투쟁당은 최대 정당이기는 하지만 의회 전체 500석 가운데 불과 154석만을 차지하고 있어 합종연횡이 불가피하다. 특히 부통령 인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위란토 전 통합군 사령관, 나들라툴 울라마 출신의 함자 하즈 통일개발당(PPP) 총재, 제2당인 골카르당 총재 악바르 탄중 국회의장, 와히드 전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던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전 정치사회안보조정장관 등이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군부의 경우 와히드 전대통령 정권 출범 초기 ‘부패 조직’으로 내몰리며 위란토 당시 사령관이 축출되는 등 집중적인 견제를 당했기 때문에 권토중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국정 수행능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메가와티 대통령이 내각에 다양한 정치세력을 포진시키고 전문 관료를 기용해 약점을 보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