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BM협정 개정 안한다"

  • 입력 2001년 7월 25일 18시 29분


미국은 미사일방어(MD) 체제 개발과 상충하는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의 개정 문제를 러시아와 협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존 볼튼 국무부 군비통제 및 국제안보 담당 차관이 24일 말했다.

볼튼 차관은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우리는 올해 또는 내년의 MD 체제 시험이 가능하도록 융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ABM협정의 조문을 한 줄 들어내고 다른 한 줄을 추가하는 식의 개정은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ABM 협정이 근본적으로 MD 체제 개발과 상충하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구소련이 72년 체결한 ABM 협정은 상대를 핵무기로 공격할 경우 상응하는 보복을 당하게 만들어 전쟁을 억제한다는 차원에서 MD체제의 개발을 금지하고 있다.

볼튼 차관의 발언은 러시아의 세르게이 이바노프 국방부장관이 이날 ABM 협정의 개정 용의를 밝힌 것과는 대비된다. 이바노프 장관은 “다음 달 7∼9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양국 국방 전문가 회담에서 ABM 협정의 개정이 러시아의 국가안보를 저해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릴 경우 협정 개정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MD체제 추진을 위해 ABM 협정을 수정하지 않는 대신 러시아와 공동으로 이 협정에서 탈퇴하는 방안을 러시아측에 설득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지가 25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 행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면서 “만일 러시아가 ABM 협정의 공동 탈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이 협정을 MD 관련 정치선언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 방안이 새롭고 전면적인 군축조약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러시아가 ABM 협정을 공동 탈퇴하거나 정치선언을 채택하는 데 주저할 경우 부시 행정부는 일방적인 협정 탈퇴를 발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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